일상

산과 바다

산같이 산과 같이 2021. 1. 2. 13:01


장안사 절 앞 주차하고 30분 걸어 계곡길을 따라가면 너와나무 정자가 나온다. 수년전 태풍이 온다는 날 일정을 그대로 밀자는 해병 산악회 몇 회원들과 기차를 타고 좌천내려 비를 맞고 와 이 정자에서 4명이 21년 두 병을 마셨다. 비에 젖은 몸을 술로 따뜻하게 한 것. 추억을 되살리며 아무도 오지 않은 정자에 앉아 술판을 벌려놓고 노래도 숱하게 불렀다. 여기만 오면 기억이 새롭다.

언젠가 어느 여자 산우와 불광산,시명산 거쳐 이곳 박쥐골을 내려오다 정자에 앉아 있던 같은 업계의 P회장을 만났다. 밀양 출신으로 그 형제들이 한국의 대표기업이다. 연배지만 잘 안다. 인연이 될듯 될듯하다 삐끄쳐지곤 했다. 2명의 다른 지인들에게 P회장이 나를 밀양출신 엘리트라고 친구들에 소개하며,집사람이 기다리니 빨리 가라고 했다. P회장 부부와 우리 부부 함께 식사한 적도 있어 잘 알지만 센스있게 말해 웃었다.

오늘 내가 좀 일찍 갔더니 정자는 주위가 조용하네. 호흡을 하고 있으니 사람들이 많이 올라 와 내려 와 차를 돌려 청사포 바다로 왔다. 이마트 야외 탁자서 커피 마시며 글을 쓴다.

기다리는 곳이 없으니 편하게 떠다니는 나그네다. 전같으면 성불암이나 노전암,그리고 안적암에 갔겠지만 너무 이기적,상업화 된 것 같아 마음이 따르지 않네. 믿음도 환경에 따라 변하지만 좋은 사람들도 많다. 전에 성불암 있다 수년전 림프암으로 물금에 나와 있는 J스님엔 정이 있어, 강원도 칼국수 끓여 준다고 오라는 초대에 응하지 않았지만 절을 떠난 후에도 몇번 구좌로 마음을 전하곤 했다. 그 인성과 인연에 대한 기본적 신뢰가 있다. 믿을 수 있다는 작은 각도, 너무 앵글이 커면 실망하니, 작은 인연으로 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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