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에 약하다 .문교부 정책 탓도 있지만 나 스스로의 게으름도 있었다.. 도반이라고 이야기하면 공부를 같이하는 친구라는
불교 용어로 생각되어 한글 사전을 찾아보았으나 없다. 한자를 마음대로 붙여 보았다. 영어로 생각하니 좀 더 무엇인가 情이나
열정(passsion)을 가지고 함께 연구하는 친구라는 companion이 적합할까?
"옳은 의사인가요?, 우리 주위에 한의사가 4명이나 있다고 이야기 했나요?" 집사람이 웃으면서 이야기 한다. 어제 일이다.
그저께 수련을 마치고 차 한잔을 같이 하면서 담소를 했는데, 한의원을 하는 원장왈 "그렇다면 왜 발목을 아프게 해서 다녀요?
어혈을 빼고 신경을 바로 잡으면 즐겁게 등산도 하고 국선도도 잘 할 수있을텐데.. 다리땜에 몸이 풀리지 않는다니까요."
매우 단호한 어조다. 작은 키,작은 체구에 좀 마른 것같은 모습이지만 밝은 얼굴에 화사한 웃음을 짓는 50대의 여 한의사다.
교직에 10년간 있다가 애기 땜에 사직하고 몇 년 뒤 다시 공부하여 한의사가 되었다는 분인데 살아온 강한 열정과 의지처럼
말하는 스타일이 강하고 단정적이다. 자기가 알고 있는 부분에 자신감이 가득찬, 완벽할려고 하는 그러나 이기적인 분같다.
내당장애도 췌장에 기름이 끼어 기능이 저하되는 경우도 있어 등 뒤를 보아야 안다고 한다. 결국 그 깃발에 호기심이 발동하여
줄을 섰던 것이다. 기계로 검사하여 보더니 엉망이라고 하며, 간이 나빠서 얼굴이 검다고 한다.검사결과도 그렇단다. 무리하니
밤 11시에서 새벽 3시까지는 무조건 자고 피로하지 않도록 먹는 것도 단순화하라고 한다. 생에 처음으로 부황과 뜸을 떴다.
등 뒤쪽을 보더니 간이 나빠 부어있다고 하며,피를 뽑고 다리에도 어혈을 뽑고 뜸과 침을 놓았다. 문제는 2주전 혈액검사에서도
간의 수치는 좋다고 나왔는데 말이다. 무리하게 이것 저것 먹고 있는 것은 나도 한번 생각해 본 적이 있다. 간에 무리가 갈 것이라고.
다리의 피를 뽑고 나서 좀 좋아 진것것같은 기분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오늘 물으니 3번은 와야 된다고 하네. 월요일 가기로..
나에게 적합한 명의를 만난 것인지?, 아니면 자기만의 확신에 가득찬 이기적 의사인지, 혹은 함께 수련하는 마음으로 열성을 다해
병든 도반을 바로 이끌고 가겠다는 도사의 모습인지? 아직은 가늠이 안되네.. 진주서 개원할 때 어느 분이 고혈압 당뇨가 심해도 약은
먹기 싫다고 해, 현미밥과 운동을 하라고 했더니 두번 오고 일년 후에 왔는데,얼굴이 뽀얗게 되었단다.의사 말대로 하였다고 하며.
선생님도 그렇게 얼굴이 뽀얗게 될 수있으니,운동을 꾸준히 하고 먹는 것을 단순화하고 현미밥은 50번을 씹어 먹고 등등 몇가지
주문성 tip을 준다. 화를 내지말고 참는 버릇을 길러라고 하네.. 성격이 급한 것을 알고 하는 소리인지, 일반적인 상황을 맘대로 갖다
부치는지,그래도 야무지게 말한다.. 명의인지 돌파리인지 내가 하는 생활습관에 도반의 명성이 달린 것을 눈치 챘을까?
돌아오는 길에 두 분 형님을 확인하니 두 분다 available 하다신다. 그 연세엔 찾을 때 빨리 오셔야 됨을 아시는지..원래 까칠한 성격들이라
잘 모셔야지-하고 웃었다. 6시 만나기로 하고 집에 들어와 도반을 알면 고소할 제크 비스켓등 이것 저것 먹고 있다. 결혼식에 갔다
진료시간에 맞추기 위해 밥도 먹지 않고 왔던 것이다.토요일이라 사직동에서 오는데 한시간 걸렸다.
일단 나에게 긴장을 주는 의미라도 좀 다녀 보기로 한다. 믿고 안믿고는 너무 깊히 들어갈 필요는 없지만 하는 동안은 최선을 하는 것.
생활은 단순한 것을 좋아하면서도 음식엔 너무 욕심을 부려왔다. 의지의 문제인데 가볍게 의식한 것이다.이제는 진짜 심각한 사항으로
몰고 가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 외면했던 진실을 한번 툭 치고 지나가는 봄 바람에 감사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