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5

K

산같이 산과 같이 2013. 4. 13. 08:51

회사 K이사의 장남 결혼식이다. 며칠 전부터 임직원들과 해외 법인에도 공지를 돌리며 부사장에게 거래 업체들도

챙기라고 지시했다. 이런 지시는 10년 근무동안 처음인 것같네. K가 우리회사에 들어온지 5년 지난 것 같네.

현장 시급 사원으로 들어와 2년 정도 배합실에서 근무를 하다, 회장님께 말씀드려 총무부로 온 지 3년이 되었네.

 

까다롭고 변덕많은 상사들밑에서 마음고생이 너무 심해 병이 생겨 수술도 하고 그래도 생활이 무엇인지 참고 잘 근무하고 있다.

아침 제일 일찍 나와 저녁 늦게 들어가고 회장님과 회사의 길흉사로 전국 방방곡곡 안 가본데가 없을 것이다. 화환을 회사에서도

몇 개 보내라고 하고, 어제 바쁜 스케줄에 깜박하고 나가시는 회장님께도 remind 시켜 드렸다.

 

생각하면 깊은 인연이다. 30년 전 H그룹 수출과장이였던 나는 미국지사와 수출부 생활이 base였기에, 중역이 되기 위해서는

현장 경험이 필요하다고 하여 당시 월 100만족 생산하던 H그룹의 D공장에 파견되엇는데 생산계획계장으로 있던 K의 인상은 맑았다.

간이 나빠져 술은 먹지 않았지만 업무도 깔끔히 처리해 고졸 출신이지만 이미 대졸의 범위를 올라선 직급이였다.

 

당시 나는 여러 상황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데, 차가 없는 시절이라 매일 바이어들과 술을 마시고 멀리 남천동에서 출근할려면

힘들었다. 어느 날은 친구와 호텔 나이트에서 술을 마시고 함께 2차로 룸에 가는데, 나는 파트너가 맘에 안들어 그냥 택시를 타고 들어왔고

그 친구는 잤지만, 기획부장으로 아침 브리핑이 있어 7시경 나왔는데 8시부터 호텔에 불이나 몇 십명이 죽은 참사가 있었다. 내가 잤다면 아마

숙취로 8시 넘어 나왔을 지도. 그 며칠전 꿈에 돌아가신 할머니가 걱정스런 모습으로 보였는데 내려오는 주위에는 화산이 터지고 있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던 어느날 아침 K가 나에게 어제 이사님이 우리 여직원이 늦게 남아 일을 하는데, 빈증되더라는 이야기를 했다.

당시 이사와 나의 사이가 좋지 않았던 시절인데, 이야기를 듣자 마자 기름에 확 불이 붙은 듯 이사 방에 들어가 책상을 두드리고 온 사무실이

시끄럽도록 몰아 부쳤던 것. 회장단에서 아깝다고 서울로 발령을 내겠다는 것을 하극상의 책임을 지고 깨끗히 그만 두었다.

 

지난 8-9년 전이다. 친한 친구가 식당을 하겠다고 하여,조카가 카 인테리어를 하던 구서동 집을 큰 마트땜에 조카가 가계를 그만 두겠다고 해

그 집 1층을 수리하여 식당으로 만들었지만 그 친구는 우리회사 베트남 공장 이사로 취직되어 나가고 K가 식당을 하겠다고 해 임대금없이

그냥 해보고 1년후에 달세나 보증금을 달라 했더니, 7-8개월 후 손을 들었던 것이다. 그 후 1-2년 후에 다시 연락이 왔다.

 

현장이라도 좋으니-하고 부탁을 해, 야간 근무를 하지 않는 배합실에 넣었던 것인데 K의 H그룹 총무부장의 경력이 아깝던 차, 그 뒤 마침 회사에

자리가 나 회장님께 권의드려 정직원으로 부서를 옮기게 된 것이다. 근면하여 충실히 업무를 잘하고 있어 모든 사람들이 따르고 있다. 처음엔 갑짜기

총무부장으로 진급하니 내부의 견제가  있었지만, 내가 강하게 back-up하여 이제는 자리도 잡고 인정을 받아  이사로서 잘 하고 있다.

 

얼마전 스트레스가 많아 그만 두고 싶다고 하소연을 하길래, 그냥 하는 소리인줄 알았지만 , 아들 둘이니 결혼이라도 시켜놓고 그만두라 했는데

조선쪽의 회사에 근무하는 장남이 선을 보고 1등 신부라는 모 유명한 고등학교 영어 교사와 결혼을 한다고 하네. 어려운 환경에서 열심히 살더니

좋은 결과가 오는 것같아 나도 기분이 좋다. 아침 회사에 오니 모두가 넥타이를 메고 출근하고 있네.

 

K와의 인연은 그 뿐만 아니라, 내가 큰 외국인 회사 한국 본부장을 할 때도 부품공장에 근무하던 그를 사무실에 편하게 방문토록 하고 다른 업체와

술을 할 때도 오라고 해 함께 하기도 했다. 성격이 좋아 누구와 어울려도 대인 관계가 좋다. 한마디로 한량끼가 있다.  K와 몇 사람,나의 라인이라고

업계에서 말하는  후배들이 있다. 자주는 아니지만 일년에 한 두번 만나고 있는데, 이제는 다 들 큰 위치에서 각자의 자리를 만들어 생활하고 잇다.

 

긴 세월에서 작은 인연이 되어 만나기도 헤여지기도 하면 걸어오는 사람들이 있다. 서로 생각해 주고 항상 이해하는 입장에 서는 생활의 친구들이다.

'2008~15' 카테고리의 다른 글

regret .  (0) 2013.04.16
道伴  (0) 2013.04.13
4월의 눈물  (0) 2013.04.12
오후의 단상  (0) 2013.04.11
소식  (0) 2013.0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