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쉬면서 보내고 있다. 인사를 해야 되는 몇 군데 들러고 나니 벌써 정오가 되었다.
집에서 모처럼 송해가 나오는 전국노래 자랑을 보니, 최근에 몸이 안좋다는 말처럼 얼굴이 많이 부어 있다.
나이에 무리는 금물이겠지, 집 사람왈 지금 간다고 해도 아까운 나이라고 말할 수없단다. 인간의 수명이란 대부분
그런 것이니, 지금 이 순간을 즐겁게 보내는 것이 최고이겠지만, 항상 생활의 그림자에 갇히게 된다.
밖에 나 다니다 보니, 가을의 느낌이 물씬 풍긴다. 이런 날은 저 멀리 시골이나, 먼 산을 헤매고 있어야 되는데
하는 생각이 든다. 가을이 오며는 정말 할 말이 있는데, 하고 벼루다 다시 가을이 지나가고 또 겨울이 오고 봄,여름
그리고 다시 가을이 와 있네.
가을의 잎새처럼 매 말라가는 우리들의 세월처럼, 이제 감동을 주지 못하는 주름진 얼굴로 돌아서며 웃는다.
아무도 알어주지 않는 우리들의 이야기를 가슴에 담고 살아간다. 아픔이 목까지 차오르면 한번씩 꺼내 보며 살어가지.
가을이 오면 정말 할 말이 있었는데, 하면서도 오늘도 눈길을 돌린다.
아침 바다가 보이는 달맞이 언덕 식당에서 밥을 먹고 주위를 좀 걸었다. 앞서가는 사람들이 저꽃은 무엇인가?하고 물으니 어떤 지나가던 젊은 노인이 "저거요? 상사화 이지요. 꽃이 피고 지고 나서 잎이 나니 꽃과 잎은 영원히 만날 수없다요" 라고 말한다. 그래서 상사화-구나 하고 들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영원히 만나지 못한다는 말이 인상적이다. 삼환아파트 뒤 산에서 내려오다 초가을의 느낌이 나는 나뭇가지 사이로 바다를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