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니에서 함께 근무한 이 명진 사장을 만나, 함께 한듬길을 걸었다. 몇 년 만인가? 살면서 서로 바빠 연락도 못하다가 모처럼 만나도 옛날의 그 맞던 코드가 여전하다. 내가 주례를 섰던 , 아들 재욱이가 벌써 사나애가 둘이라 , 이 사장도 할아버지가 되어 있다. 황량한 분위기의 인도네시아에서 둘이서 시장을 개척하며 공장을 운영하던 그 시절의 이야기로 즐거웠다. 이사장은 그 후 무역업을 하다, 다른 사업을 했는데, 이제는 거의 접고, 원룸 19개 달린 건물의 임대업을 하는데 신경쓰는 일들이 많아, 좀 있다 팔고 편안히 지낼려고 한단다. 다행히 지하철 역세권이라 매매는 괜찮을 것이라 하네, 예전의 느긋한 스타일의 그대로다. 당시 업무에 적극적이던 허 공장장이 이사장(당시 무역이사)을 보고 "세상 급한 것이 없다"고 짜증을 내던 생각이 난다. 부산대 무역과 출신으로 ,집사람이 초등학교 교장으로 2년 전 은퇴했다고 한다. 이 사장과는 달리 애살이 매우 많아 적극적이라고 교사로 함께 근무했던 성애 어머니가 집사람에게 말했다. (딸애와 동기인,성애 부모도 부부가 교사였는데, 우리와 친 형제처럼 친하게 지낸 냈다. 이제 서울에서 살고 있다.)
당시 인니에 근무할 때 여름 방학에 이 사장 부인과 가족들이 놀러와 메스에 지내며, 회사 마당 개울에서 애들이 고기를 잡고 좋아하곤 했다. 코드가 맞아 형제처럼 나를 따르고, 또 한국에 와서 자기 사업을 할 때도 가끔씩 연락이 와, 이사장이 술도 몇 번 산 기억이 있다. 나와 중학교 7년 후배지만, 나이는 5 살 아래다. 일부러 머리 염색을 하지 않아 백발이다. 골프를 좋아해 한 달에 2번 정도 간단다. 10년 전쯤일까 남녀 7-8명이 어울려 천성 공룡을 탄 적이 있는데, 이사장이 중간에 혈압이 오르고 얼굴이 파랗게 창백해져 중간에 쉬면서 모두 걱정하기도 했던 적이 있다. 오늘도 그 이야기가 나와 어떤 여자가 그때" (등산) 병아리"라고 놀리던 것을 기억하고 있다고 .. 자기 아파트 뒷산을 타다 처음 높고 긴 산을 탔는데, 초입부터 직벽의 긴 바위로 털컹 겁이 났다고 한다.
내려오다 텃밭의 농막에 들러 차 한잔하고, 근처 두부집에서 두리치기와 된장국을 먹었는데, 맛있다고 좋아했다. 풍경에서 커피도 한 잔 했다. 자주 불러 달라고 하네. 느긋해도 말은 차분하고,또 도전직인 성격이라 사회를 잘 헤쳐나가고 있다. 이제는 집사람이 주도권을 쥐고 있어 해외 여행도 가방모치로 따라 다닌다고 하며 웃었다. 몇년만에 이런 길을 걸어 즐거워했다.
집에 들어 와 피곤하여 소파에 잠깐 졸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D 그룹의 관리 이사인 H. 언제 한번 같이 식사를 해야겠다고 나도 생각하고 있었던 터인데 전화가 왔다..
오늘 저녁 어떠냐? 고 물으니, 오늘은 어제 동기들과 함께 해 다음주에 하자고 하네. 괜찮은 느낌의 사람으로 12월에 두 번 만났는데, 내게 자주 안부를 전하고 있다. 국내 굴지의 회사에서 37년간 근무하고 있는 분인데, 대화가 통했던 분이다. 이제 시간적 여유가 있어 한번 봐야지...천성산 한듬 마을 담벼락에 자목련이 몽오리를 펼치려 하고 있고, 산 중간에 진달래가 빨갛게 피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