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지나가는 거리에서 당신이 웃고 있었던가요? 손을 흔들었던가요?
발부리에 채인 계절의 모습에 아픔 되새기며 지나가던 나를 보았나요?
땅에 묻힌 세월을 찾으며 방향도 없이 바람속에 흔들리던 나를 아나요?
나목의 생활속에 부끄럼을 감추고 안으로 안으로만 숨던 지나온 날에
설사 내가 당신을 보지 못하고, 헤아리지 못한 설익음의 세월이 있어도
오늘 이렇게 마음 깊은 곳을 꺼내 들고 강뚝에 바람과 마주하고 섰다면
차겁고 유들한 강물속에 12월은 가고 있어도 우리들 기억은 떠나지 않아
작은 조각배에 몸을 맡기고 너울에 움커리며 더 작아지는 나를 아신다면
내가 구하는 용서,당신이 살아가는 의미,크고 작음이 아님을 알고 있나요?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