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잔이 아닌 마음으로 , 몸이 아닌 情으로, 내 대신 우리라는, 밤 바다의 파도처럼
단지 하이얀 물보라로, 내일을 잊더라도, 오늘 바람부는 바다에서 너를 지키고 싶다.
12월은 흔드는 것이 아니고, 기억을 정리하고, 어리석은 나의 꿈을 달래는 달이다.
계절이 가고오는 산 능선의 색갈처럼 이미 잎을 떨어뜨린 가지의 의미를 생각한다.
수수한 옷차림에 식탁을 정리하며 옷에 묻는 작은 얼룩을 자랑하는 듯한 여인의 당당함
그런 모습을 사랑한다. 그런 세월과 함께 하고 싶다. 동백꽃 하얗게 핀, 소슬한 정원에서
앞서 걷던 친구의 허허함에 나의 모습을 보고 있다. 그렇게 살아 왔던 것인가? 묻고 있다.
사랑했던 것을 사랑하고 내가 숨겨온 것을 더 깊게 숨기리라 다짐하며 당신과 마주한다.
위의 글은 그러니까 식당, 토암공원에 2014년 12월 갔다 온 날 세월을 논한 글이다. 우연히 오늘
생각이 나 다시 꺼낸 것은, 어제 그 때 간 친구들과 같이 그곳에 다녀왔기 때문이다. 동백꽃
몽오리가 진 것을 보니, 그 때보다 좀 일찍인 것인데, 근 2년만에 갔다. 기분이 좀 up 되기도
하였지만 종업원의 태도가 좋아 tip도 주고 나왔다. 맘으론 지갑에 있던 상품권을 하나 주고도
싶었다. 자기 일을 열심히 하고 밝은 태도로 서빙하는 것이 쉽지 않는데, 사람은 달라도 그 때
기억처럼 어제도 좋았다. 토암 마당에 10월 마지막 밤 음악회를 했던 흔적, 플랭카드 등이 아직
붙어 있다. 한달전쯤 S가 친구들과 그곳에 가서 카톡을 보내온 것을 기억하며 다시 쳐다보았다.
그날은 많은 손님들에게 무료로 국밥을 제공한다고 들었다. 가곡의 분위기에 정원은 조용하고
돌아가신 남자 주인이 남긴 도자기는 잘 보이지 않네. 많은 얼굴모양의 도자기를 본 기억이 있다.
십 수년전 처음 갔을 때는 투병중이라고 했는데,잡지에 도자기와 함께 소개된 책자가 있어 보았던 것.
돌아가시고, 여 주인이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전보다 규모가 커져 언덕에 여러채가 되는 것같다.
친구 이사장은 잘 알아 어제도 여주인이 와서 인사를 하고 갔는데, 50-60 사이로 보였다. 서빙하는
여직원이 이런 저런 반찬을 추가 시켜도 잘 갔다 주어 동동주를 맛있게 마셨다..기념관을 만든다고
후원회원을 모집하고 있다. 살았으면 더 좋았을텐데, 남겨진 사람들의 안타까운 마음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