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5

노후

산같이 산과 같이 2014. 11. 12. 09:20

할 말이 많은 데, 어쩐지 억울한 것같은 생활인지? 다리를 불편하게 걸어면서 며칠 전부터 오리와 닭에게 살겨를 모이로 갖다 주던

아주머니 (할머니)가 이쪽 나무 밑에서 체조를 하고 있는 내게 닥아온다. 나이는 65-70 정도 앵구다리를 하지만, 눈은 쌍거풀 수술을

했는지 찬 바람에 붉게 멍든 것같다. '우리부동산' 2층에 최근 이사 와, 방하나 밖에 없지만 쌀을 8가마 가지고 왔단다. 겨가 많아 그것을

남편과 같이 고른단다. 오늘은 새벽 4시 부터 골라 가지고 왔는데, 손자가 혹시라도 겨가 있는 쌀을 먹으면 대장염에 걸릴까봐 그런다네.

 

의령에서 이사 왔는데, 딸이 고등학교 선생이고, 또 한 딸이 초등학교 교사를 하다가 지금은 쉬고 있고, 손자가 둘 대학에 들어가기에 딸이

김해로 전근 오면 좀 도와 주어야 될텐데 방이 하나 밖에 없어 어쩔지 모르겠다고 한다. 쌀 농사를 해서 55 가마는 팔고 8가마 가지고 왔는데,

낮선 이곳에 와서 정붙일 데가 없는 것같다.. 학교 경비 아저씨에게 자기가 옛날에는 다른 학교에 기부도 많이 하고, 사람답게 살려고 하는

사람임을 설명 해 주었다고 한다. 아침에 화장실을 좀 사용할려고 했는데, 꺼려 하는 것같아 자기 소개를 하였다고 하며, 줄줄 이야기 한다.

 

어떤 품위를 유지하고, 어떤 대우를 받고져 하는 것이 사람들의 생리며 심리다. 특히 나이가 들어 고립되면 더욱 정겨운 주위가 그립다. 한 때

잘 나갔던 옛날이 생각되어 지고 무엇인가 알아주지 않는 환경에 답답함을 느낀고 사람이 그립고, 말이 하고 싶어지는 것이다. 아직 포기하지

않은 마음 가짐이다. 마음을 비우고 그 생활에 맞게, 지금처럼 지인들이 많이 없다면 자연적인 것에 정을 부쳐야지.지난 날 엉성스럽다고 생각한

각각의 사람들이 나와는 길이 같지 않더라도 니도 살고, 나도 살자고 해야 된다. 노후엔 자식이 아무리 많아도 노인들이 의지할 곳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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