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자유

바다 빛에 물들기 (천향미)

산같이 산과 같이 2013. 1. 25. 20:52

천 시인이 새 시집을 집으로 보내왔네.. 고맙군요.. 윤동주 문학사상의 사무국장과 개인사업까지 하는 주부이면서도 그 활동력이 대단하다. 시 "부끄러운 오독"으로 유명한 천시인의 새책에 나와 있는 시 '동해남부선'을 읽고 그런 생활이 있었구나 하고 놀랐다. 그래서 그렇게 단호하고 끈질긴 반골의 방향도 엿보였던가..하는 생각이 드네. 

윤동주 문학사상에 겉다리로 함께 붙어 다니다, 열정도 노력이 필요함을 느끼고, 게으른 나는 빠지고 말았는데, 감성이 풍부하고 착한 님들이 아직도 동료로 대해줘 가슴 여미네.

 


동해남부선

 


엄마가 그랬던 것처럼 나 역방향 창가에 앉아

내 유년에 개가한 엄마의 철길 위로

엄마,하고 나직히 불러본다.

입김어린 차장에 언니 이름 먼저 쓰고

차장이 흐려지기를 기다렸다 다시

'미야' 작은 글씨로 내 이름을 적었을

그리고는 이내 뿌옇게 지워졌을,
왜 과거는 멀미가 날까 역방향 좌석처럼

엄마가 떠나던 그날 기차는 지축을 흔들며

미포 구덕포를 돌아 북으로 가고

서러움에 울던 레일의 평행선은

다음 기차가 지나간 후에라야

지워졌을 것인데- 늘 안개 속을 달려야만 했던 기차,

등 돌리고 앉은 나처럼

등 뒤의 풍경이 그리워 애틋하였을

애틋하여 서러웠을 시간을 만나러 간다

풀어내는 기적소리에

온기를 느끼며 쉬고 싶은 간이역

다음 역은 '월내역'이다

애써 '원래' 라고 발음하며 처음 그랬던 것처럼

내 잃어버렸던 여정의 출발점을 만나면

그때 기적보다 크게 울 수 있을까

동해남부선 열차는 파도가 바뀌 다

울음 같은 파도 잠잠해지면

나 거꾸로 앉았던 자리 앞으로 앉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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