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자유

2006년 해병산악회

산같이 산과 같이 2012. 1. 24. 04:29

 

4월이 오면, 4월이 오면은....

향기로운 라일락이 우거지리

회색빛 우울을 걷어버리고

가지 않으려나 나의 사람아

저 라일락 아래로-라일락 아래로

 

푸른 물 다담뿍 안고 4월이 오면

가날픈 맥박에도 피가 더하리니

나의 사람아 눈물을 걷자

청춘의 노래를, 4월의 정령을-

드높이 기운차게 불러보지 않으려나

 

앙상한 얼굴이 구름을 벗기고

4월의 태양을 맞기 위해

다시 거문고의 줄을 골라

내 노래에 맞추지 않으려나 나의 사람아!

 

(노 천명)

 

4월의 첫 날- 날씨가 흐리다. 아침일찍 '쫑'이와 함께한  청사포 산책길에는 어느새 벗꽃이 피어있다. 벗꽃 나무 아래로 언덕 밑으로 바다가 보이고 작은 배도 보인다. 이제 완연히 성숙한 봄의 모습이 나를 당황하게 한다. 이름없는 항구에서 배를 타노라-하는 박 목월시인의 노래가 생각난다. 그러나  아직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은 채 4월의 향기와 그 정령은 이미 가슴속에 울렁이고 있음을 느낀다.

 

아침을 먹고 호숫가에서 거래처의 사장이자 친구인 K와 만나 장산에 올랐다. 맑고 그윽한 공기를 폐로 마시고 토하고 하는 즐거움은 아직 살아있다는 의미인가?  오른 쪽 산마루에서 기장으로 산행 목표를 잡고 한적한 길을 이야기를 나누며 산과 산을 넘어 기장 시장에 도착하니, 줄곳 3시간 반을 걸은 셈이다.K는 키도 커고 걸음이 빨라서 그렇치만, 4시간 코스로 보면된다.시장에 붐비는 사람과 그 어물들을 놓고 장사하는 상인들의 모습은 언제나 정겹운 고향의 맛이다. 생활의 정직함과 그 속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은 , 한마디로 사람사는 맛을 느끼게 하는 곳이다.

 

언젠가 한번 이 코스를 해병산악회와 함께 하고싶다. 적당한 운동량과 그 오르락 내리락하는 코스의 묘미 그리고 하산하여 기장시장에서 맛보는 싱싱한 회와 소주 그리고 얼큰한 매운탕. 오메 끝내주겠네요, 더 더욱 해병과 해병의 여인들과 함께 라면..

 

지금 밤 12시 5분전 , 이 글을 적다 아파트 창문에 나가 보니, 비가 끄쳤다. 내일의 시산제때 비가 오지 않아야 할턴데. 사실 비를 맞고 천자봉을 올라가며 해병정신의 추억을 새롭게 하고 싶지만, 일반 회원들이 불편함을 겪어서는 안되니 말이다. 진해에서 훈련을 받고 떠난후는 처음으로 가니 벌써 30년이 더 지난 것이다. 

 

진해 훈련소에서는 훈련을 마치고 수료식에 가족들을 초청해 행진과 사열을 받은 후 바로 면회가 허용된다. 그 날  행진을 준비하고 기립하고 있는데 가족들이 연병장 주위에 도착하는 모습이 보인다. 할머니가 머리에 떡과 음식보따리를 이고 저쪽으로 오는 모습이 30년이 지난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그 날을 생각하고 모습을 떠울리면 눈시울이 뜨겁다.

 

내일의 산행이 모두 안전하고 즐거움속에 또하나의 의미가 되기를 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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