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전암 가는 길에는 가을이 갈려 있고, 타오르는 계절의 앙금에 마음은 빠지고 있다. 무슨 이유인지 점심시간에 그 곳까지 가서
대웅전에서 신도들의 불공에 섞여 절 30번 정도는 한 것같았네. 밥 맛은 별로였지만, 맑은 공기와 20여분의 빠른 걸음으로 걸어
뱃속이 비워있고, 담백한 맛으로 부담이 없었다. 녹차 잎이 떠다니는 숭늉같은 차를 마시고 나왔다. 무엇이 좋다고 방 둘레에 꽉
차게 불심의 여자들이 자리를 잡고, 식사를 한다. 부엌에서 일하시는 분들의 수고가 많겠다. 식사 값을 보시함에 넣고 먼저 나왔다.
마당을 쓸고 있는 사람에게 스님이냐고 물으니 법복을 입었는데 그것도 모르냐고 핀잔을 주며, 낙옆모은 것을 뒤쪽에 옮겨 부어
달라고 한다. 가을을 밟으며 한듬길을 걸어 내려오면 개울의 물이 햇빛에 반짝이고 주홍색의 감들이 나무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