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산소의 동백꽃이 피어 이제 지고 있지만 이쁘다. 은은한 옅은 핑크색이 더 깊은 정감을 준다. 핏덩이를 받아 키우고 결혼까지 뒷바라지 하신 할머니, 그 은혜도 깊지만 나의 성격,나의 성장에 큰 영향을 주셨다. 철없는 손자를 바르게 키우신다고 고생하셨다.
텃밭에 왔다 갔다 하면서 저쪽 산쪽에 계심을 알면서도 그냥 바쁘게 패스하곤 했다. 오늘 새벽 목욕가면서 집사람에게 아침 산소 같이 가자고 준비토록 하여, 산소에 갔다 텃밭 들러 밭일 좀 하다 점심먹고 넘어 왔다. 천주교 공원묘지도 가면 마음이 편하다. 잘 정돈되어 영혼들도 편안 할 것. 할머니를 뵙고 위 하늘공원에 계신 아버님도 뵙고, 철없어 불효한 아들의 용서를 구했지만 생전에 잘 했어야지. 부질없다.
내려오는 길 붉은 파벽으로 지은 집이 눈에 들어와 둘러보았다.단출한 옆 정원도 마음에 들었다. 내가 생각하는 시골집 스타일의 꽃밭이다. 한가지 기초부분에 다른 색상의 타일이나 청벽돌을 붙였어면 구분되고 지루하지 않아 좋았을 것 같다.
집사람 시우나 내려주고 텃밭 앞집 김사장 부인이 준 조선 파와.참외, 우리밭의 오가피 잎 등을 넣어 놓고, 좀 걸을겸 카페에 와 라떼 한 잔하고 있다. 오는 중, 옛 클럽의 후배가 남산중에는 테니스 친다고 오늘이나 내일 오란다. 집사람이 내일 가볼까요? 한다. 내일 일어나 결정하자. 드뎌 다시 또 테니스의 시절이 오는가 보네.
텃밭에 K가 심은 3고랑의 감자잎이 올라오고 있어, 바람이 너무 강하게 불어 토마도, 고추,여주, 오이 등의 모종이 뿌러질까 걱정된다. 4월 하순의 바람치고는 세다. 요즘의 흉흉한 세태를 말하는가? 바람속에서 흔들려도 항상 기본을 생각하는 것이 나의 습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