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억울

산같이 산과 같이 2017. 5. 26. 10:16

" 여보 당신이 혼자 가면 나는 어떡해 살아~" 하고 울부짓는 소리를 두고, 법륜스님이 죽은 사람 걱정하지 않고 나는 어떻게 살까? 자기 걱정만

한다고 이기적이라  했단다. 우스개 소리를 그대로 듣고 하는 사람들의 수준인지? 농담인지?  어제 장례식장에서 이런 저런 소리에 나온 이야기.


집에서 검은 넥타이를 찾으니 얼마전 버린 것이 생각 나, 밤색 넥타이를 매면서 장례식장이 눈물바다  이겠네..하는 생각을 하고 집을 나와 일단

한의에 들러 어제부터 아픈 발목 치료를 받고 병원까지 걸어갔다. 식장 앞에 같은 클럽의 K가 기다리고 있어 같이 들어 갔는데, 나의 예상과 달리

소박하고 실질적인 분위기. 꽃을 놓아도 되고, 절을 해도 된다기에 우리는 보통 하던대로 절을 하고 상주들인 부인과 아들, 딸과 인사를 나누었다.


박 고문은 생전에 정이 많아 유별히 자식들을 챙기셨단다.  특히 아들은 딸보다 8 년인가 늦둥이라 좋아했단다. 내게도 해병대에 나왔다고 하며

소개를 한 적이 있다. 해병을 자랑스러워 하곤 했는데, 아들 보러 걸핏하면 포항에 면회 갔다고 주위에서 이야기 했다. 부인이나 아들, 딸들이

슬픔을 감추고 손님들을 위해 차분했다. 부인도 마음을 드러 내지 않고 이런 곳에서 뵙게 되어 미안하다고 했다. 오히려 내가 더 당황스러웠다.


테니스 클럽의 여자들이 검은 옷으로 두 테이블에 앉아 있고,저녁이 되니 여기 저기 문상객이 모이기 시작했지만 그리 붐비지는 않고 적당히 옛날

이야기를 나누기에 좋은 상태였다. 이 부부 클럽의 창립 멤버로 박고문은 테니스를 오래 쳐 한번씩 수준급의 기술을 내 보이기도 했지만, 아무래도

젊은 멤버들에게 밀렸지만 그  분위기을 좋아 하셨다. 지난 1 년 코트에 자주 나오지 않았는데, 평상시 깡술을 좋아해 그기서 문제가 생긴 것같다.


밝고 활기차고 카리스마 있던 박 고문이 허무하게 한 줌의 재로 변하는 오늘 , 만감이 교차된다. 그래도 살아 있는 사람들은 이것 저것 현실에서

또 다가오는 세월속에 그의 기억은 금방 잊혀질 것이다. 잊혀져 억울한 것도 있지만, 삶을 위해 노력한 애착이 이제 영글고 빛날 시기인데, 스스로

그 결실을 즐기고 음미하지 못하고 불시에 사라져야 하니. 인생은 애착으로 가슴 뜨겁고, 미련으로 억울한 것이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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