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5

월요일

산같이 산과 같이 2013. 6. 10. 09:37

아침 운동을 마치고 딸기밭을 돌아 차를 몰고 나오는데 길가에 학생이 손을 들고 차들을 세우려고 하는데

대부분 그냥 지나가네. 무서운 세상이니 아무나 태워주지않는 세태다. 차를 세우니 안면이 있는 육아원의

남학생이다. 어쩐지 옆에 앉아 몇 마디 물어봐도 억지로 대답해 한참 몰고 오다 , 무슨 일있냐? 하고 물으니

여자친구와 헤여졌는데, 자기와의 관계가 지겹다고 하더란다. 기술학교 토목과 3학년인데 체격이 좀 작다.

 

육아원의 한달 용돈은 2만원, 차비는 3만원이라고 한다. 그러니 차비를 절약해 용돈을 더 쓸려고 남의 차를

타기도 혹은 버스시간을 놓쳐 손들기도 한다. 옛날 생각도 나고해서 그 학생에 첨으로 용돈에 보태쓰라고

좀 주었다. 그때 돈이 제일 필요한 시기라 전에 졸업한 학생들에 몇번 주기도 했다.형편이 아쉬우니 잘 받는다.

"지겹다고..?" 뭐라 위로의 말이 생각나지 않네. 비슷한 소리로 고교시절 첫사랑에게 채인 나의 입장에서는.

 

생각하면 그때는 철이 없고 사람을 보는 기준이 다르니 쉬운 길로 가기도 한다. 겁없이 "헤여지자"고 하더니

평생을 그리움속에 살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니가 결혼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도 결혼했다"고 하던 나의

첫사랑 이야기는 서로에게 상처를 준 슬픈 이야기였다. 핸드폰이 없던 그 시절, 아무도 없던 부산집에 소식을

전해봤자, 그리고 나도 잊었던 그 주소를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고 한들 어쩌란 말인가? 하는 아픔도 있었다.

 

그 학생에게" 니가 공부를 열심히 해 좋은 직장에 들어가면 좋은 여자 천지니 무슨 걱정이고 또 가시나들은 원래

왔다 갔다하니 좀 두고 있어봐라."하고 웃어주었다. 용돈이라도 기분전환이 되었으면 좋겠네. 아침에 2km정도

뛰고 산딸기 따먹고 목욕하고 회사에 오니 시간적으로 맞다. 산딸기 밭 주인이 "이제 8천원어치 남았어요" 하고

농담한다. 오랫만에 조깅을 하니 처음에는 균형이 불안하더니 좀 뛰니 안정이 되었다. 천천히 speed-up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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