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도 마음약한 사람에게 붙으니 조심하세요." 아침 집사람이 농담반 겁을 주네. 대동의 백두산이 산 정기가 센 산이라고 하네-했더니
"그렇게 무덤이 많다고 하는 것을 보니 당연하네요" 하고 여편네가 현실적인 생활태도를 잘 나타내며 한 마디 코멘트한다.
오늘까지 13번째다. 올라가는 길에 여러 형태의 묘지가 많다. 지나면서 일일히 인사를 한다." 안녕하세요?' " 반갑습니다" "죄송합니다"
이 세 종류로 인사하며 지나간다. 때론 머리를 꾸벅이고 어떤 곳은 합장하기도 한다. 처음에는 몰랐던 바로 길 옆의 둔턱과 봉우리도 자세히
보니 무덤이었다. 공동묘지의 터인지, 아니면 이곳이 정기가 좋은 명당인지 우뚝 쏫은 소나무 아래에 여기 저기 무덤이 많다..
저 아래 원명사와 묘련사 절이 두군데나 있어, 절을 내려다 보며 잘 꾸민 집안의 묘도 있고, 한편 자식들이 오지 않는지 길 옆에 잡초만 무성한
봉우리로 있기도 한데, 바쁜고 고단한 세상에 이런 저런 사정이 있어 잊혀짐을 분노하지는 않겠지. 세상사 다 그렇게 살다 잊혀져 가는 것이니.
내가 올라갈 때 만나는 사람들은 3-4 명 정도인데, 중간쯤에 만나는 흰 머리의 노인은 인사를 해도 아예 대꾸를 안해 귀신인가 하고 혼자 웃는다.
오늘 아침은 운동시설에 평소보다 일찍 도착해 500M 남아있는 백두산 정상에 가려다가 너무 늦을 것같아 좀 느긋하게 20분 정도 몸을 풀고 약수
한잔 마시고 내려왔다. 아침에 산에서 느끼는 몸과 마음의 상쾌함은 돈으로 살수없는 성취감이다. 뻐국이의 소리도 듣고 까치들의 울음, 따다닥하고
딱다구리가 나무를 파는 소리도 들린다. 풀잎과 땅을 쳐다보면 작은 미물들도 살아서 움직이고 있다. 비교가 필요없는 각자의 삶을 이어가는 것이다.
(위의 이정표에서 백두산쪽으로 2-3백미터 가면 정자도 있는 운동시설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