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한 점 없는 높고 푸른 하늘, 스치는 바람이 약간 차겁다. 가을의 한 중간에 서서 아침 시레마을의
조용한 길을 걷다보면 세월은 흘러가고 나는 아직 뽑지 않은 연밭의 연뿌리 처럼, 단지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다.
화려하고 단백한 연꽃이 휘날리던 아침이 어제 인 것같았는데, 넓은 연잎에 머금어 있던 맑은 이슬의
의미가 이제는 나에게 온 것같네. 잎이 말라 줄기는 꺽어진 연밭이지만, 아직 축축한 바닥의 깊은 곳에는
성숙해 더 깊어가는 연근의 뿌듯함이 있다. 꽉차 오르는 앙금이 있다.
나무 딸기를 재배하고 있는 어떤 아주머니의 여동생이 낫을 사용하다 부상을 당해 심줄이 나가 한 20일
병원에 입원해야 한다고 하네. 키가 커고 간혹 아침에 보았지만 서로 인사도 하지 않는 사람인데, 남편과
함께 열심히 일하시던 분인데..
"왜, 이 부추는 베지 않나요?" 하고 딸기밭에 붙은 부추밭을 보고 물었다. 부추는 2주일 마다 베는데
몇 개월 이렇게 놓아 두고 있어 긍금했다. 답이 정겹다. 저 부추를 이불처럼 생각하여 겨울을 보내고
3월에 새로 올라오는 정구지(부추)를 수확한다고 한다.
사위도 주지 않는다는 봄 초벌의 정구지 말인가요? 그렇다네 .그 정구지는 뿌리도 빨갛단다. 그 정구지는
한 단에 6,7천으로 지금 베는 것보다 3-4배 비싸, 그대로 둔단다. 아마 주인이 직접하는 정구지 밭인 것같다.
인건비가 많이 나가니 조끔씩 벌이는 것보다, 그냥 두고 봄에 수확할려는 것이겠지.
이제 가을에 드니 비릿한 정구지 냄세가 많이 나지 않는다. 명년 3월에 초벌 정구지를 먹을 수있을까? 하고
기대해 본다. 산우들은 에베로 릿지를 타고 신불평원을 거져 신불산을 다녀왔다고 사진과 문자를 보내고 있다.
다음 주는 갈대가 말라 끝날 것이라네. 이번 주말에는 산이라도 한번 가 봐야되는데, 딸네집에 가야될 일 있어
못 갈 것같다. 그냥 지나가도 가을은 아침마다 내 주위에 널려있고 귀여운 손녀들과 함께하는 재미도 있다.
(베지 않고 봄을 기다리는 부추 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