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동물이 내가 서있는 시레 마을 길 옹벽아래 풀섭으로 기어올라온다..자세히 보니
다리가 길고 아직 새끼인 고라니, 노루 새끼다. 머리를 숲안에 쳐박고 한참
있더니, 그 안으로 들어간다. 나올려나 하고 카메라 모드를 하고 기다려도
안에서 부시락 소리만 나고 나오지 않네.
3-4미터 길 벽위의 서 있던 내가 작은 소리로 불러도 나오지 않는다. 내려가
볼까 하다가 멈추었다. 길 저쪽에서 육아원의 큰 진도개가 어슬렁 거리며 나오는
것이 아닌가.. 얼마전 새끼 고라니를 물어 죽였다고 학생들의 소릴 들었던 것.
진도개가 저쪽으로 사라지는 것을 보고, 사진 찍는 것을 포기하고 주차한 차를
타고 회사로 왔다. 어미 고라니는 어디로 간 것인가?
고라니를 생각하니, 딸애가 국민학교 5-6학년인가 되었을 때 , 어느날 밀양의 친구로
부터 동네 사람이 노루를 잡았다고 사 먹어러 오라고 연락이 와, 차를 몰고 갔다가
막상 잡힌 것을 보니, 마음이 안되어 돈만 주고 사서 집으로 가져 왔던 것이다. 그러나
막상 아파트에 그 큰 노루를 어찌 할수가 없이 베란다에서 며칠 데리고 야채와 우유를 주다가
크리스마스 이브인 그날밤 가족이 함께 양산 천성산에 가서 산위에 풀어준 것이다.
당시 어린이 공원및 동물원에 줄려고 연락하니 야생은 잘 살지 않아, 문책을 당한다고
받을려고 하지 않아, 과연 그 노루가 낮선 양산의 산에서 살까 못 살까 걱정을 하면서도 그렇게
풀어주었다. 지금 생각하니 밀양에 가서 잡힌 곳을 물어 풀어 주었으면 더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절 앞 언덕밑에 내려놓으니 산위로 잘 올라가지 못해 뒤에서 밀었던 생각이 난다.
야생은 야생대로 자기의 자리에 있는 것이 제일 좋다는 것을 그때도 어렴프시 느꼈지만
나이가 들수록 그런 생각이 굳혀 오는 것은, 역시 인생을 살아오면서 배운 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