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나리고 있네. 어제 산소에 잘 갔다온 것같다. 창문을 내다보며 애들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앞쪽 바닷가엔 한국콘도가 이제 거의 철거되어 앙상한 철골과 세멘트 뭉치가 남아있다. 산만한 저 자리에
이제 고층 건물이 들어선다. 한국콘도의 기억은 사라지고, 100층 이상의 새물결이 그 주위를 휘감겠지.
천 형님이 한 밤 일찍 일어나 글을 남겼다. 미국서 왔으니 시차도 있고, 어제 삼포길의 피로도 있어, 일찍
잠들고 일찍 일어나신 모양이다. 혼자 오셨으니 여행의 고독도 함께 즐기시겠지. 어제밤엔 역사의 뒤안길에 뭍힌
2차 세계대전의 다큐멘터리 영화를 12시까지 보다, 잠들어 아침 6시에 일어났다.
거실에 나와 정신을 좀 차리며 산을 갈까하다 날씨가 부담되어 혼자서 국선도 수련을 하기로 했다.
구르기등 사전운동을 5-10분 정도 하다,테이프의 구령에 맞쳐 1)준비체조 2)단전행공 3)정리체조를 연속으로
하면 약 한 시간 20분 정도 걸린다. 그 수련구성이 좋으며 정식자세로 하면 힘이들고 땀에 젖는다.
국선도를 잘하기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요가자세의 유연성이다. 유연한 자세에 행공과 체조가 이루어져야
옳바른 수련이 되는 것이니, 유연성에 대한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별도 조끔씩 이 부분에 보강을 해야 한다.
그리고 많은 자세가 손가락만으로 몸을 지탱해야하니, 단지에 힘올리는 연습도 꾸준히 해야한다.
사범들은 하다보면 자연히 모든것이 늘게된다지만, 내가 생각하기에는 좀 더 나은 단계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배전의 노력을 해야하는 것이다. 세상살이의 모든 것이 그렇듯이 그냥되는 것이 없다. 호흡도 들숨과 날숨의
단전내의 근육(내장)을 뇌와 교감이 잘 이루어질수 있도록 집중을 하며 뇌에서 그 동작에 익숙하도록 해야한다.
육체의 신비와 자연의 오묘함을 느끼기 시작하면 이미 나이가 들었다는 증거일 것이다. 좀 더 일찍 생각하지 못한
것은 젊음의 혈기와 오만에 다른말로 하면 젊음의 세계에서는 그 필요성을 커게 인식하지 못했다는 것일 거다.
이제 마음을 비우고 자연의 위대함을 느낄수록 내가 왜소해지고, 왜소해지는 만큼 마음은 안정을 찾아가고 있는 것이다.
어제 U형님이 5살 손자에게 배신을 당했다면서 암담해하시는 것을 보며 웃고 말았지만, 장유유서의 권위나 분위기가
갈수록 없어지는 세대에서 옛날의 생각에 젖어있는 50-70대의 처신이 너무 어려워진다. 특히 친손자는 며느리 눈치가 보여
버릇이 나빠도 나무라지도 못한다고 하니 어려운 세태다. 잘해야 되는 것이 너무 많아 골치아픈 현대의 세상살이.
지금쯤 우리 손녀들은 외갓집에 올 차비를 차리고 있을까? 집 사람이 화분등을 치우고 비상사태로 들어가고 있지만, 나는
무조건 즐겁고 설레인다..배신을 당하지 않도록 ,사랑은 주는 것으로만 끝내야 마음편한 것이다. 살면서 인간관계에서 배운 것이다.
뭔가 줄 수있는, 사랑할 수있는 대상이 있음만으로 행복으로 삼고 살아가야 한다.
(뒷날을 위해 한국콘도 철거 사진을 남긴다. 내 청춘의 빈노트에 우엇을 적어야 할까? 하는 노래가 유람선에서 흘러나오던 시절의
어느 봄 한국콘도에서 보낸 며칠간이 기억에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