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자유

부끄러운 오독

산같이 산과 같이 2008. 4. 28. 12:00

 

 

 

 

 

부끄러운 오독 

 

 

                       천향미

 

 

천전리각석<♂♀§◇∵???≪≫∞??¤?‡> 앞에서
암반에 새겨진 선사시대의 기호를
친구들에게 떵떵거리며 읽어준 적 있었다
대곡리 공순이를 두고 내곡리 공돌이와 본동 공탁이가
삼각관계였는데
종내 양가의 싸움이 패거리싸움으로 발전하고 
와중에 �i고 �i기는 혼란이 

맑은 개울을 공룡지난 흔적처럼 핏빛으로 찍어 갔는데
무려 그 기간이 장장 했다
각석의 파손 부분은 해독이 어렵고
특히 <작은 일에 목숨 걸지 말라>는 족장의 당부가
간곡하게 새겨져 있음을 설명해준 적 있었다
그로부터 십년 후 나는 천전리각석 앞에 다시 서서
과거의 오독 앞에서 굴신중이다
대곡리 공순이와 내곡리 공돌이의 뜨거운 사랑이
활화산으로 솟구쳤으며
시인이 시를 짓고 노래할 때 굽은
달빛이 출렁출렁 강물을 견인함으로써 늘 화려했다고
씌어져 있는 것을 본 것이다
특히 <사랑은 바위에도 홈을 판다>는 성기가 큰
부족장의 언명이고 보면, 파손부분이 복구되는 날
나는 다시 새로운 해석을 하게 될 것을
아무도 모르게 속으로 읊조려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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