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광이 되어 흐릿하게 보이지만 산 능선과 능선 뒤로 초생달처럼 올라온 산이 보인다. 福 이란다. 방향은 텃밭에서 보면 南西 다. 그것을 보고 집을 지으면 복받는다고 이 종국 할아버지가 말하며 내게 텃밭의 위치가 좋다고 한다. 앞 집 두 집이 동남쪽 산을 보고 들어섰지만, 우리 터는 산밑이라 산을 보기에는 답답하고 채광의 문제가 있다. 지금 밭 건너 짓고 있는 50평 집처럼 서남을 보게 지을려고 생각했다.
이 종국님은 그곳 중방의 유지로 주유소를 하고, 토지가 엄청 많은 부자란다. 오늘은 돌을 막아 놓은 아스팔트위에 곡식을 말리고 있었다. 본인 자랑도 대단했지만 빈농의 장남으로 초등학교만 나오고 동생들은 교육을 받아 잘 살지만, 독학하여 사업을 하고 돈을 모아 땅을 사, 지금 수만평이 있다고 하네. 불교에 박식하고 漢字에 대가란다. 경남도 탁구협회장을 7월에 그만 두었다고 하며 동국대 교육원 불교학을 2년 공부하여 법사라고 한다. (조합장에 확인하니 맞다고 하며 그에게 잡히면 한시간 이야기를 들어야 한단다.)
만난것도 인연이라고 하며 내가 사진을 찍어니, 자기 사진도 찍어 달라고 하고, 전화번호를 서로 교환하자고 하여, 자기 전화에 이름을 적어 넣어달라고 전화기를 주는데
이건 완전 엔틱이다. 그 위에 전번과 이름을 적어 유리테프로 붙여 놓아, 촌 늙은이의 표를 내고 있지만, 빠른 말에도 조리가 있다. 자랑도 조리가 있어 듣고 웃으니 좋아서 계속 이야기해 한참 듣다 시간이 없다고 핑게하며 차를 몰고 내려왔다.
한글날이라 오후 2시 넘어 회사서 나와, 개울에 걸쳐놓은 수도 파이프를 정리하고 고구마를 좀 파왔다. 오늘은 5그루만 파고 말었다. 일요일 조합장이 텃밭 근처의 자기들 땅에 있는 감나무,작은 토종감을 따준다고 해 집사람과 같이 가 감도 얻고 고구마를 다 파올 생각이다. 집사람은 감을 좋아해 내원사 감, 혹은 서부 경남의 동호감을 주문해 먹는다 . 이 종국씨는 돈이 많아도 이제 70이라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는지? 외로운지? 계속 이야기 한다. 지갑을 안풀고 자랑만 해서 그런 것인가?
통도사에 자기들이 기름을 전부 공급하고, KTX 울산역 근처의 4천평, 그리고 주유소 옆의 2천평, 양산 내원사 반대편에 시유지 40만평 사이에 자기들 땅이 3만 5천평이 있는데 시에서 2차선 도로를 놓고 무슨 길을 만들었는데, 좋아 졌다고 하며 온천물이 부글 부글 올라와 자기가 곧 터주어 , 그기다 평생 교육원을 짓고 싶단고 한다. 자식들이 너무 커 재산을 넘겨 주었는지 자식들 눈치에 이것 저것 마음대로 못하는지? 아니면 옛 스타일에 벋어나지 못하는지? 아직도 곡식을 말린다고 하루 종일 서성거리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