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5

일요일

산같이 산과 같이 2011. 11. 13. 15:55

 

 

 

 

 

 

 

 

9시에 집사람과 함께 집을 나가, 천성산 텃밭에서 배추 50포기를 묶어 놓고, 좀 걷다 안적암 시절 머리를 박박 깍고 ,책 보따리를 등에 매고 서창 초등학교에 다니던 S 댁이 근처라 한번 들렀더니, 몸이 많이 여위어 옛 모습이 나고 얼굴이 맑고 밝았다. 근 10년 만이다. 내원사 입구 통닭집 할 때 한번 들린 후로 처음이다. 반가워하며 들어오라고 해, 낚시터 안의 집안으로 들어가니, 방이 넓고 안에는 매기탕,백숙등 식당도 일하는 분과 같이 하고 있었다. 커피를 내고, 감을 깍아 주며, 집사람에게 뒷 솔밭에 풀어 놓은 닭 계란이라며 10 개 싸서 주었다. 아저씨(내)가 반찬 타령을 많이 해, 안적암 숙모님이 고생을 많이 했단다, 초등학생이던 자기와, 같이 있던 동생이 화가 나서 아저씨 밥을 확 저어서 올렸다고 하며 웃는다. 내가 고등학교를 졸업한 해에 들어갔던 안적암의 기억들이다.

 

그 뒤 몇십년이 흐른 후에 우연히 내원사 절 주차장 식당에서 만났는데, 식당 주인이 언니라 거들어 준다고 했다. 그 뒤에 남편과 백숙집 한다는 소리를 듣고 산에 가는 길에 한번 찾아 갔던 것이다.같이 있던 더 어렸던 학생은 지금 포항에 살고 있는 데 일년에 한번은 본다고 하네... 요즈음은 남편의 건강이 문제되어 일은 S가 많이 한다고 하며, 허리가 아파 오른쪽 다리를 절고 있었다. 얼굴은 맑고 깨끗해도 주름이 많이 지고, 흰머리가 흘깃흘깃해 세월의 흐름을 느낄수 있다. 평생을 내원사 주위에 살아 이제는 떠나고 싶다고 한다.

 

나의 텃 밭에서 걸어도 5분 정도 떨어진 저주지에 낚시터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지난 여름에 등산하다 절 앞 식당의 언니에게 들었던 것이다. 그동안 텃밭 땜에 많이

들락거려도 찾아 보지를 못했는데, 오늘은 집사람도 있고, 또 시간도 많아 그쪽으로 산책겸 들렀던 것이다. 그곳에 집터를 샀다고 하니, 자기 딸도 살려다 너무 안쪽이라 다른 지역에 샀단다. 텃밭 뒤 산위로 산책을 간혹 나가는 데, 누가 텃밭에 돌담을 예쁘게 쌓아 놓아 관심깊게 보았다고 한다. 집 사람이 친구들과 계모임 때 온다고 명암을 받아 오며 좋은 인상이라고 하네. 입구까지 배웅해주는데 다리를 많이 절고 있었다. 이제 우리의 세월은 그렇게 절면서 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돌아오는 길에 근처의 녹동 마을에 들러 전원주택을 둘러 보았는데, 길가 언덕에 갤러리 겸으로 지은 집의 구조가 멋있어 사진 몇장 찍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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