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자유

안적암에 얽힌 글

산같이 산과 같이 2011. 8. 20. 23:19

(웅상포럼 카페지기의 2007년 10.1일 안적암-글, 펌해옴.下)

 

어느 카페에서 '안적암 가는길'을 읽고  충동이 일어 출발하게 된 천성산 안적암..

 친구와 둘이 꼬불꼬불 산길을 걸으며 참나무가 번성하여 올가을 도토리는 풍년이라는 도란도란 얘기와 함께 졸졸 흐르며 반기는 계곡물 소리를 들으며 걸어가는길..

가을의 초입이라 단풍이 들듯말듯 신선함을 안겨주는 거대한 천성산의 좁은 오솔길은 나무향기와 풀향기, 가을꽃 향기가 코를 간지럽힌다.

 

안적암 입구의 작은 초가집에 눈길이 머물러 어떤 사람이 기거하는지 기웃기웃 해보고, 초가의 작은 문앞에 놓여진 검정고무신을 보며 그옛날 시골 아랫방에 가지런히 놓여있던 아버지의 고무신을 그리워 하면서 계곡물 흐르는 징검다리를 건너 안적암에 도착하자말자 어떤 분이 아는체 인사를 한다.

같은 마을에 사는 분이다. 얼굴만큼 큰 카메라를 작은 야생화에 대고 열심히 사진을 찍으신다.  

 

안적암은 고요했다. 스님한분 보이질 않는다. 졸졸 참샘의 물소리와 간간히 들리는 새소리 뿐이다.

그런데 여기도 사람이 기거하는 곳이라는걸 법당옆 도토리가 말해준다.

오른쪽 보살이 기거하는  청마루에도 도토리 천국이다. 천성산 도토리를 죄다 옮겨 놓은듯 하다.

이 도토리로 진짜 도토리 묵을 쑤는가 보다. '묵이 완성되는 날은 언제일까..그때 와서 오리지날 도토리묵을 묵고 싶은데..'

법당에 들어서니 보살의 손길이 닿아 깔끔함이 이루 말할수 없다. 방석을 펴니 풀을 먹여 까슬까슬한 느낌이 정겹다. 오래도록 머물러 앉아있고 싶은 마음이다. 안적암을 천천히 걸어나와 아래로 향하니 사진을 찍던 분도 함께 따라 오신다. 왜  혼자 오셨냐고 물으니 마눌은 돈번다고 못오셨단다.

 

안적암을 우회로 돌아 조계암 입구에 들어서니 가을 코스모스가 이쁘고도 정겹게 반겨준다. 가을수국, 금잔화, 나리꽃까지 온갖 가을꽃이 절을 감싸고 있다. 계단을 올라 대웅전으로 향하니

어라~~박수덕 감사님부부가 스님방에서 나오신다. 세상참 좁기도 하구나 ..

함께 차한잔 하자시는걸 뿌리치고 대웅전에 들어서니 이곳도 대청마루가 참 정겹다. 시간가는줄 모르고 한참이나 앉아 있다 밖으로 나오니 스님이 심심하신지 차한잔 하러 들어오라신다. 민또박이랑 사진찍는 마을 아저씨도 함께 스님방에 들어가  앉으니 보이차를 내어 놓으신다.

 

숙성이 아주 잘된 보이차라 맛이 좋아 보이차 얘기를 잠깐 했다. 비싼 보이차는 기천만원까지 한다는둥, 차나무를 소꼴 베듯이 베어 숙성시키는거라 비쌀 이유가 없다는둥..

카메라를 보고는 마을분께 느닷없이 스님들 동안거 들어가기전 사진을 좀 찍어달라신다...표정을 보니 곤란해 하면서도 거절을 못하신다.(ㅋㅋ 혼자 웃었다) 

그리고는 배꼽뺄만큼의 설법이 시작되었다.

 건강한 운동은  걷기가 제일이라신다. 걸어도 한국사람들은 정상제일주의 사고 때문에 꼭대기까지 땀 삐질삐질 흘리며 가는데 그럴필요 없단다.

헬스클럽가면 전부 날씬한뇬, 젊은넘 밖에 없단다. 그래서 자존심 상하니 가지 말라신다.

망상은 가지고 놀면 복잡하지 않단다. 비교때문에 망상이 생기지 어느누구하고도 비교하지 말란다. 아이들에게 너거 아부지 뭐하는지 물어보면 비교당해 기분 나쁘니 물어보지 말란다.

 

말씀 한마디 한마디가 유머와 재치에 배꼽이 다 빠졌다.

에구... 스님말씀대로 다 되면 참말 좋겠지여.. 

시간가는줄 모르고 앉아 있었더니 해가 뉘엿뉘엿 ..절은 더 고저녁하다.

 

 돌아오는길에 가져간 백세주랑 매실마을을 마시기 위해 안적암 계곡물옆에 앉았다. 산속에서 마시는 술은 참 맛도 좋다. 취하지도 않는다. 안적암을 뒤로하고 계곡에 앉아 술을 마시니 신선이 따로 없다. 참나무 오솔길을 돌아나오며 한번더 뒤돌아 보게 되는 안적암의 고요하고 겸허한 자태는 오랫동안 기억되겠지

 

(상기글에 대한 웅상포럼의 삼족오의 글 下)


                 <안적암 법당안 닭집입니다 >


 빈두설경(賓頭說經)에서 다음과 같은 설화를  그림으로 그려 놓은 

벽화가 안적암 법당안 동쪽벽면에 있었습니다 

『옛날 어떤 사람이 큰 광야에 나갔다가 미친 코끼리 한 마리를 만났다.

그는 크게 놀라 뒤도 돌아볼 겨를 없이 도망쳐 가다가

들 한복판 옛 우물터에 뻗어 내려간 등나무 넝쿨을 붙잡고 들어가 간신히 몸을 피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 속에는 또 다른 적이 기다리고 있었다.

우물 네 구석에서는 네 마리의 독사가 혀를 널름거리고

우물 한복판에서는 무서운 독룡이 독기를 내뿜고 있었다.

위에서는 미친 코끼리가 발을 동동 구르고 밑에서는 용과 뱀이 함께 혀를 널름거리니

오도 가도 못한 행인은 오직 하나의 생명선이라 할 수 있는

그 등나무 넝쿨에 몸을 꼭 붙이고 있는데

 어디선가 말발굽 소리같은 게 들렸다.

이상히 여긴 행인은 고개를 빼들고 그 소리를 경청했다.

그러나 그것은 결코 그를 구하기 위해서 오는 대상들의 말발굽 소리가 아니라

자기가 잡고 있는 등나무 넝쿨을 흰쥐와 검정쥐가 서로 번갈아가며 쏠고 있는 것이었다.

 참으로 기구한 운명의 사나이였다.

그는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그 하늘가에선 몇 마리의 꿀벌들이 집을 짓느라 날고 있었다.

앉고 날 때마다 떨어지는 꿀방울 너덧개,

그것이 입에 닿았을 때 그는 그 모든 것을 다 잊어버리고 그것에만 도치되었다.

그러는 동안 대지엔 난데없는 불이 일어나 태울만한 모든 것은 다 태워버렸다.』

이것은 비유다. 넓은 광야는 무명장야(無明長夜),

 어떤 사람은 생존인간, 코끼리는 무상, 옛 우물은 생사,

나무 뿌리는 명줄, 흰쥐와 검정쥐는 낮과 밤, 해와 달,

나무뿌리를 쏘는 것은 염념생멸,

네 구석의 독사는 4대색신,

독룡은 죽음, 벌은 삿된 생각,

 너덧방울의 꿀은 5욕, 불은 늙고 병드는 것에 각각 비유된 것이다.

 끝없는 무명장야에 이 세상에 태어나

무상신속의 불안속에 위협을 당해가면서 수파후랑(隨波遂浪)하는 인생,

이 인생을 부처님은 이 설화에 비유했다.

인생은 누구나 끝 없는 세월속에 여행을 계속하고 있는 유랑객이다.

 누구고 생사의 암두에 바로 서서 깊이를 알 수 없는 못을 바라보면

무서운 죽음의 그림자가 시시각각으로 다가옴을 볼 것이다.

사람은 나면서부터 사형선고를 받고 도살장을 향해 보보등단하는 소와 같다.

밤과 낮의 시간이 용서없이 우리의 명맥을 깎으면서 지나간다.

 생각하면 소름이 끼칠 정도로 위험한 운명에 놓여있다.

 4대6신을 5욕에 쾌락에 깊숙히 묻고 미망으로부터 미망으로

 고뇌로부터 고뇌로 줄달음질 친다.

대왕 빔비사라는 이 법문을 듣고 불사의 영광을 얻었다 하거니와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도 이 설화에 의하여 비로소 구도의 역정에 오르게 되었다 한다

시간 닿으시는님들 께서는 안적암 법당을 가시어

대 문호 톨스토이가 구도로 들게 되었다는 벽화를 함 감상해보시길

모나리자님과 박후배님이 가셨다기에  도움이 될까해서 올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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