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회사 손님들과 상담후 식사, 토요일은 일상에서 벋어나고, 일요일은 늦게까지 잤다. 눈을 떠니 7시
무슨 생각인지 머릿맡에 놓아둔 책을 보니, 법정스님의 법문집 일기일회(一期一會)다. 몇장을 훓어보니 역시
평범한 진리를 쉽게 잘 설법되어 있다.스님의 문학적 그리고 종교적 인품이 돋보이는 내용들이다..
불타는 집에서 빨리 나와야하는데, 끊임없는 세월속에 욕망의 끈을 놓지못해 몸을 빼지 못한다는 부처님의 설법도
소개하고 있다.그러나 세상사 욕망이 너무 없다면 도전할 수있을까? 도전과 욕망 , 그 사이 중용의 최선은 무엇일까?
생각해본다. 스스로 결정하고 판단할 일들이다.. 승부를 해야될 곳에는 승부를 걸어야 하는 데 기회를 잃기도 한다.
일요일.구서동 오면 회동수원지 둘레길을 안내하고 메기 매운탕 한 그릇 사주겠다는 우정어린 산우의 오퍼가 있었지만
요즘은 그냥 쉬고 일상을 벋어나고 싶지 않았다. 은퇴를 생각하고, 이것 저것 궁리를 하느라고 이번 가을을 잃어버리고
마음을 맑게 비우지 못했다. 그러니 소중한 것을 담을 수없었던 것이다. 그러니 허전한 구석에 의지의 끈을 놓지 않을려고
국선도에 매진했지만, 쉽지않다. 때때로 유연성에 좌절을 맛보고 포기하고도 싶다.
집사람과 테니스를 치고, 달맞이 언덕의 대구탕집에서 식사를 한 후 산책길을 좀 걷다가 혼자 집에 들어와 샤워를 하고
컴을 뒤적이다, 전국 노래자랑을 보았다. 잘 안되는 가부좌를 하다가 말다가 하면서 TV를 본다. 오늘은 사천(삼천포)
지역인데 바다를 뒤로 하고 무대를 설치해 너무 아름다운 곳이다. 출연자들도 땟갈이 좋고 수준도 좋아, 저절로 손벽이 나온다.
전국노래자랑 본 이래로 제일 기분에 들었다.
50대의 남자가 '고장난 벽시계'로 최우수상을 받다, 75살 오빠 노래도 인상적이였다. 내가 저 나이가 되면 저럴수 있을까?
하고 생각해 본다.그 때까지 살 수 있을지..30대 후반 자매의 "울지마라"의 노래와 포즈도 좋았다. 베트남 새댁의 아오자이
모습의 춤과 노래는 베트남 생활을 한 나에겐 다른 느낌.. 몇 카트 사진을 찍었다가 지웠다. 일요일의 감정이였나 보다.
오후에 형님과 파리 바켓트에서 만나, 호수에서 옆 산길로 장산 체육공원에 도착해 운동 좀 하다 산책길로 내려왔다. 날씨도
적당해 형님도 몸에 땀이 난다고 했다. 아침엔 바다가 보이는 언덕길로,오후엔 산길로, 해운대의 장점이다. 장산은 편안한
어머님의 가슴같다. 파고들면 정감이 있다.그러나 한번씩 높은 산도 가봐야 한다. 氣의 차이를 느낀다 마치 어머님의 가슴을 떠나
거친 세파에 나서는 것처럼. 겨울 산행에서 골절한 나는 겨울산을 두려워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해운대 안에서 도는 것이 중용의 길이라고 판단하며, 불타는 집에서 빠져나오는 것이다. 그러나 다시 또 봄이 옴을
마음은 알고 있다. 마음은 명년 봄을 견주며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부산 울산 고속도로로 가다, 언양쪽으로 연결되는 길을 타면
편안하게 영남알프스 자락에 도달하는 것도 알고 있다. 산이 그곳에 있으니 가면 되는 것이다. 일요일의 감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