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5

검은개-1

산같이 산과 같이 2010. 5. 20. 11:14

"아저씨 그 위에 살아요?"

5-6십대의 아저씨가 산책길 언덕을 막 내려오는데 묻고있다.오늘 아침일이다.

아-비닐하우스 주인인것 같다. 좀전에 언덕을 내려오는데, 며칠 보던 그 검은개가

내가 있는 쪽으로 올라오다 나를 보고 뒤로 돌아, 저쪽 신작로 앞으로 뛰어갔던 것이다.

아저씨에게 막 쫓기고 있는 모양이다. 개는 저쪽 큰일 쪽으로 성큼성큼 뛰다가 산으로 올라

아마 비탈위의 사슴농장으로 들어갔는지, 그쪽에서 개소리들이 요란하다.

 

"비닐 하우스 주인이지요. 개를 쫒고 있나요?"하고 말을 거니 고개만 끄덕하고 대답을 안하네.

얼굴은 굳어 있고 손에는 쇠 파이프 하나 쥐고있다. 개를 쫒던 아저씨는 비닐 하우스쪽으로

내려가더니, 다시 오트바이를 타고 올라왔다. 저쪽 길을 돌아서 몇번 왔다갔다 하더니

사슴농장으로 올라간다, 못 찾았는지 다시 내려와 도로를 왔다 갔다 하고있다. 쇠 파이프를 오토바이

뒤쪽에 비스듬이 꼿아놓았다. 개 잡을려고 하다, 사람잡힐까 겁난다.  엄청 큰 개라, 쉽게 당할 것같지

않은 생각이 들었다. 밤엔 춥고하니 비닐하우스 안에서 보내면서 작물을 해친 것이다.

 

무엇인가 검은 개에게 어떤 운명이 닥아오는 것같은 느낌이 든다. 그 주위에서 맴도는 것을 보니

사슴농장의 개인데, 아마 주인이 팔려고 하는 김새를 느껴서 도망다니고 있는 것같다. 아주 옛날

국민학교 시절 우리집에서 세파드 개를 한마리 키웠다. 개가 홍역을 하고 앓아누었다가도 내가 오면

좋다고 일어나곤 했다. 하루는 앞집 애와 다퉈 화가 나, 내가 "자크, 씩, 물어." 했더니 바로 점프하여

물기도 한 기억이 있다. 앞집애의 부모들이 난리가 났던 기억이 있다. 영리한 개였는데, 어느날 개장사가

동네에 왔다 우리집에 와서 개를 팔아라 -하는 것을 아버님이 팔까 하고 농담으로 이야기 했다고 한다.

 

그날 학교갔다 온 이후로 저녁까지 개가 들어오지 않아 ,내가 큰 소리도 "자크,자크"하고 개이름을 몇 번 부르니

집으로 뛰어 들어왔다. ,내가 잡아 맬려도 잡히지 않고 오히려 내 손을 원망하듯, 가볍게 물듯이 꼬리치다가 바로

집 밖으로 나가버리고 다신 돌아오지 않았다. 집이 위험하다고 생각해서 그런 것이였다. 그러나 개가 거처가 없이

밖으로 돈다고 해서 결국은 어떻게 될 것인지 뻔하다. 개 장사등에 잡혀가는 것이다. 당시는 개를 잡아 먹는 것이

요즘보다 더 심했던 , 살기가 어려웠던 시기니 말이다. 개는 영리하고 주인을 배신하지는 않지만, 본능적으로 위험을

잘 감지한다.  주인을 배신하진 않지만, 원망을 하며 사라지는 것이다. 

 

살아가면서 情이나 관계, 그리고 생과 사를 쉽게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갖게되었다. 불필요한, 혹은 작난으로 또는

단순한 쾌락이나, 재미를 위해서 생명을 건드리고 사람과의 관계를 갖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살아오면서 배우고 있다.

한때는 총을 사서 재미로 이것 저것 쏘아 피를 보곤했는데, 어느날 생각하니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하루종일 총 한방 쏘지 못하고 산을 헤매고 다녀도 그래도 좋았다. 왜냐면 내가 원하는 꿩이나 노루를 쏘아야지 참새나

비둘기등 내가 원하지 않았던 것을 재미로 잡아 피를 보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된 것이다.

생명을 쉽게 생각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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