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자유

낡은 몸 한 척

산같이 산과 같이 2008. 5. 3. 00:39
 

 낡은 몸 한 척

 

 

참, 오래 저어 왔지요

이 배는 밖에서 보나 안에서 보나

이젠 낡을 데로 낡았습니다

어느 물결 위에 내다 버려도

아무도 주워가지 않을 겁니다

조금씩 금이 가고 있는 것일까요

세상 물굽이 하나 건널 때마다

삐거덕삐거덕 노 젓는 소리 새어 나옵니다


강물처럼 깊은 세월

하염없이 지나가고

앙상히 뼈만 남은 그대 데리고

나는 너무 멀리 왔습니다

세상 깊이 가라앉고 싶은 그대 붙들고

나는 너무 빨리 가자 하였습니다

저물어 가는 저녁 해 허기처럼 싣고

검은 파도에 피멍 들도록 채이며

그래요, 혼자 잘 저어 왔습니다

삐거덕삐거덕 고통의 노 저으며

그대 안에 고인 눈물 간간히 퍼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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