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몸 한 척
참, 오래 저어 왔지요
이 배는 밖에서 보나 안에서 보나
이젠 낡을 데로 낡았습니다
어느 물결 위에 내다 버려도
아무도 주워가지 않을 겁니다
조금씩 금이 가고 있는 것일까요
세상 물굽이 하나 건널 때마다
삐거덕삐거덕 노 젓는 소리 새어 나옵니다
강물처럼 깊은 세월
하염없이 지나가고
앙상히 뼈만 남은 그대 데리고
나는 너무 멀리 왔습니다
세상 깊이 가라앉고 싶은 그대 붙들고
나는 너무 빨리 가자 하였습니다
저물어 가는 저녁 해 허기처럼 싣고
검은 파도에 피멍 들도록 채이며
그래요, 혼자 잘 저어 왔습니다
삐거덕삐거덕 고통의 노 저으며
그대 안에 고인 눈물 간간히 퍼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