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길 | S의 기억
망각을 맹세하던 마음의 슬픔도
이제는 덮을 때가 되었구나
아무도 오지 않는 동문 길 언덕아래
기차가 지나가는 보리밭 너머
구름처럼 떠 오르는 마음이 있다면,
그 옛날 아름답다고 머리결을 쓰다듬던
사랑하던 그 사람을 기억하라.
추억은 아름답지만
세월의 흐름은 아픔의 강이었지.
멀리 기적 소리가 들리던 달밤에
바람은 보리 밭에 강물처럼 일렁이고,
철없이 약속하고 둘이 걷던 그 밤은
오랫동안 가슴에 멍이 되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