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 향기가 묻어나오는 작은 찻 잔을 앞에 놓으면 푸른 끼의 물속에 어른되는 모습이 있다.
안적암 가는 길엔 고적함이 있었다. 마음을 재촉하며 산 능성을 씩씩거리며 오르다 부대키는 몸을
바위에 걸치고 , 입안 가득히 산 냄세를 품어면서 한 숨 돌릴 때..눈은 푸른 하늘에 한 두점 떠있는
구름을 보면서 무엇인지도 알수없는 산의 기운에 빨려가고 있었다. 무엇이 좋아서, 무슨 원한이
내 젊던 인생에 깔려 , 그렇게 다녔던가?
찻 잔에 어리는 것은, 여름 휴가를 앞둔 한적한 오후의 사무실에 ,
마음은 산등성이를 오르며 땀을 흘리고 있는 것이다. 벌써 안적암이 보이는 산마루에 서서
쾌적한 산 바람에 몸을 맡기는 나의 모습. 사람다운 모습이다..
별거냐, 산다는 것이..
정말 별거냐, 사랑한다는 것이..
좋아하는 곳에 가면 되지.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되는 것이지.
천성산을 두고 생각하면
깊게 쌓여가는 찻 잔의 내공처럼 , 안으로만 쌓아가던 우리의 사랑,
풀려면 더 엉켜오는 성글은 추억..
(2007년 여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