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거운 공기에 다시 이불을 끌어 덮다 마음을 고쳐 일어났다. 창문을 확 열어 제치니 확 얼굴을 감싸는 시원한 공기가
가을의 시작인가? 마음만의 생각으로 느낌이 그렇게 받는 것일까? 어제까지도 너무 더워 현장의 작업자들을 보면서
일 주일만 참자고 격려했던 것이다.
회사의 mail을 열어 몇가지 회신하고 보통 때처럼 스팸 표시가 몇 개 되어 있어 그냥 비울려다 혹시 하고 내용을
열었더니 "이런 생각으로"의 글이 있다. 그냥 지워버릴 뻔했다. 생활의 족쇄에 메여 지나지만 간혹은 가슴속 깊이
묻어논 마음의 불씨를 꺼내 보기도 한다.그러나 어쩔 수없이 다시 덮어야 하는 내 치부를 본 것 같아 부끄럽다.
인생이란 무엇인가? 사람답게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돌아 볼 겨를도 없이 하루 하루가 바쁘게 지나가고 남는 것은
홀로 인듯한 적적감과 육체의 피곤함이다. 누구에게라도 좀 더 기다려라 하고 말하고 싶은 가슴속의 열정도 그냥 바람에
띄우는 편지같이 되고 말았다. 세월이 그렇게 가 버렸던 것이다. 어젠 퇴근 길에 내 모습이 그리워 천성산쪽으로 가
혼자 조용히 텃밭 주위를 거닐면서 시원한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 잎들을 보며 가슴 터이는 기분을 느꼈다. 그렇다 작은
것에 열정을 걸고 스스로를 사랑하며 가는 것이지. 눈을 감는 순간에도 기억과 함께 가지고 가야될 쓰라린 글이였다.
한 용운 님의 인연설 중에서
함께 영원히 있을 수 없음을 슬퍼말고
잠시라도 함께 있을 수 있음을 기뻐하고
더 좋아해 주지 않음을 노여워 말고
이 만큼 좋아해 주는 것에 만족하고
나만 애태운다 원망하지 말고
애처롭기만한 사랑을 할 수 있음에 감사하고
주기만 하는 사랑이라 지치지 말고
더 많이 줄 수 없음을 아파하고
남과 함께 즐거워한다고 질투하지 말고
그의 기쁨이라 여겨 함께 기뻐하고
없는 사랑이라 일찍 포기하지 말고
깨끗한 사랑으로 오래 간직할 수 있는
나는 그렇게 당신을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