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5

아이들

산같이 산과 같이 2010. 1. 7. 08:31

시레마을 입구 마을 운동장에 서너명의 아이들이 놀고  있다.

이른 새벽 손도 시리고 귀도 시린 겨울 아침, 이제 막 어둠이 가고,

뿌연 안개와 함께 새벽이 오는 즈음에 잠도 없나, 일찍도 나왔네

 

다름질치며,소리치고 논다. 제법 다 큰 처녀같은 애도 뛰어가고 있다.

머리결과 옷 자락이 바람에 펄럭인다. 건너편 신작로서 멀쭉이 서서

양손을 호주머니에 넣고 홀린듯 보고 있다. 이렇게 추운데 일찍이도.

 

빙글빙글 축구 골대를 돌고 소리친다. 웃는 소리, 뭐라 뭐라  숨에 겨워

터뜨리는 소리들, 천진스런 고함소리가 정겹다. 추워도 싱싱하다.

이런 날씨에 잠에서 깨자 마자 나왔구나. 몸과 마음이 뜨거운 애들이.

 

언덕을 두어번 걷다가 다시 운동장을 보니 , 이제 아무도 없네.

애들이 들어가 버린 운동장엔 덩그런 축구 골대와 그 주위의 고요와

앙상한 나무들과 바람소리. 운동장엔 애들이 된 내마음만 남아있다.

 

언제가 재들처럼 학교운동장을 뛰고 했지.할머니를 졸라 일찍 등교하여

잠겨진 교문옆 담을 넘어가기도 했지. 시레마을 운동장처럼 앞 뒤로

산이 있진 않았지만,북적이던 교정, 늘어선 철봉대,뒹굴던 추억이.

 

할머니가 담요로 만들어준 벙어리 장갑, 친구들에게 보이기 부끄러워

학교 가까이선 벋어서 책가방에 넣고, 추운 손을 입김으로 불던 그때의

아련한 기억들이 눈에 어리어, 세월은 지금 저 운동장에서 서성이고 있다.

'2008~15'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침묵이 되어  (0) 2010.01.11
나의 사랑  (0) 2010.01.09
1월의 시  (0) 2010.01.03
2010  (0) 2009.12.31
세모  (0) 2009.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