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산제(3/16)

산같이 산과 같이 2014. 3. 19. 02:36

 

 

 


 

 

 

 

시산제에 대한 카톡과 전화를 받았지만 ,술을 피해야 되는 나의 건강상 문제로 이번에는 그냥 Pass할려고 생각했다. 집사람과 테니스를 치기로 약속을 했는데 아침 일어나 식탁에 앉어 밥을 먹으면서도 아무래도 찜찜하다. 가슴속에 꿈뜰되는 해병의 본능이 서서히 위로 올라와, 집사람에게 "미안하지만 약속은 취소하고 배낭에 간단히 먹을 것을 준비해주소" 라고 했다. 워낙 변덕이 많은, 좋게 말하면 유동성이 강한, 나의 성격과 수십년을 함께 한 사람이라 별 불평이 없다.

 

생각하면 2006년 해병 산악회 진해 시산제에서 나는 몇 십년만에 찾은 진해에 옛 생각에 젖어 해병이 아닌 술병이 된 것이다. 연병장에 정렬하여 수료식의 열병을 준비할때 하얀 보자기를 머리에 이고 연병장가의 나무 아래로 들어서는 할머니의 모습을 생각하면 지금도 눈시울이 찡하다. 그날 나는 너무 취하여 부산에 도착해서도 친지가 말리는 것을 뿌리치고 차를 몰아 큰 사고을 낸 것인데 할머님이 지켜주셨는지 몸은 성하고 차만 박살이 났던 것이다.

 

나이가 들면서 건강도 나빠져 술을 피해야 되는 입장이라, 시산제에 가기가 좀 부담스러웠다. 그러나 역시 해병의 고질병은 어쩔수 없어 자연스럽게 끌려갔더니, 오랫동안 투병중인 홍선배님도 나오시고 또 이 선배님도 씩씩하게 여자해병까지 모시고 나오는 열정을 보여 놀랐다. 수고하신 회장단과 참석하신 여러 해병들의 마음과 성의가 고마웠다. 마음같으면 2차가 끝나고 화끈히 3차를 내가 모시고 싶었지만, 자제하고 택시를 타고 넘어왔다. 빈속에 돼지고기와 소주로 좀 마셨더니 적당했다. 절제의 미덕은 해병의 기본이다.-하고 파도를 이르키지 않고 조용히 항구로 되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