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일찌기 세상을 떠난 친구 무상의 글이다. 어제 무상의 아버님도 떠나셨다고 연락을 받았다. 오늘 밀양에 간다. 나의 사춘기 시절, 형님같이 또 친구로 너무 깊게 각인되고
형제이상으로 나를 돌봐준 친구. 친구가 간 뒤로 몇 번 밀양을 방문해 아버님께 인사를 드리기도 했는데, 몇 년전부터 나를 기억하지 못해 가지 않게 되었다.
거의 100세 가깝게 사셨지만 장남인 무상이가 젊은 나이로 세상을 하직한 후부턴 아픔의 세월이셨다. 어머님도 큰 상처을 안고 사시다가 먼저 돌아가셨다.
밀양하면 사연이 많지만 그 아픔의 시절이 그립네. 내가 S와 함께 백송에 갔다는 S가족들의 이야기를 듣고 밤길에 함께 백송으로 찾아 와 싸움을 말리고 하던 일,
언제나 내편에서 나를 감싸주던 무상, 파면 팔수록 그 정은 깊어 눈물이 난다. 둘이서 통통배를 타고 여수에 갔던 일, 약수터를 찾는다고 밤을 세워 산을 헤메고,
어느 날인가 당시엔 고급인 붕어빵, 천원에 4개인가 하던 빵집에서 자기는 밥을 먹었으니 내 보고 다 먹어라고 하던 기억도 있다. 한창 먹을 고교 시절이였으니
허덕거리는 나를 위해 무상은 먹지 않고 그랬던 것. 죽기 며칠전엔 서울에 있는 나에게 보낼려고 많은 글씨 족자등을 모았다가 주소를 몰라 보내지 못하고, 그냥
태워버렸다는 것을 동생 덕상의 편지를 , 군에서 제대하고 복학후 무상에게 편지를 보냈는데, 너무 늦은 나의 편지에 , 동생 덕상의 회신이였다.
밀양을 생각하면 가슴이 두근거리면서도 편안한 느낌이다. 남천강만 생각해도 머음이 푸릇해진다. 전엔 간혹 문앞에 넘실되는 남천강의 꿈을 꾸기도 했는데,
세월따라 나도 무심해져 버렸다. 기억은 마름되고 추억도 그렇게 가버렸다. 아팟던 기억도 흐릿해지는 지금, 오늘만은 아버님의 명복을 빌며. 옛일에 울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