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지트
어제의 일이다. 집에서 다소 화난 일이 있어, 밖을 나와 좀 걸을까 하니 막상 갈곳이 없어, E마트 쪽으로 가니 건물 옆 나무 의자에 몇 사람이
앉아 있다. 나도 좀 머슥하지만 한 의자에 앉아 성질을 죽이고 생각을 하며 좀 앉아 있었다. 비슷한 젊은 노인 한 사람이 혼자 앉아 있었는데
얼마 후 부인이 와서 함께 간다. 어둠이 깔리는 거리를 보면서 마음을 달래면서 30분 가량 있으니 좀 추운 것같아 천천히 둘러서 집에 와 잤다.
나이가 들어 갈 곳이 없다면 너무 참담할 것이고, 불러도 오는 친구가 없다면 더욱 그럴 것이다. 내일 넘어지는 한이 있어도 밤새 마실 수도
있지만 그렇게 막가고 싶지 않은 연륜이다. 시간이 있다고 , 여유가 있다고, 아무렇게나 낭비하고 흩어러진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 마셔도
조용히 혼자 마시고 해결하지만, 자주 마시지 않으니 단골도 없고, 나이에 맞는 분위기의 술집도 많지 않다. 마음은 그러나 자신감에 차 있다.
누구나 때때로 혼자 있고 싶을 때가 있다.. 집외에 내가 갈 곳은 어디인가? 하고 생각하면 텃밭에 작은 집이라도? 일단 계획을 갖고 있다.
성당이나 절도 아무때나 아무렇게나 들어갈 수도 없고, 내가 혼자 외롭고 고독하고 싶을 때는, 나만의 공간이 필요하다. 최상의 아지트는?
어릴 때 집뒤의 언덕 작은 풀잎 사이에 자리를 만들어 혼자 올라가 한참 생각하며 놀다 내려오던 아지트가 있었다. 하늘이 지붕인 그런 곳.
지금 생각하면 너무 작았던 공간이 그 때는 커고 편안했던 것이다. 대문앞 우물가의 큰 수양버들 위에 올라가 떨어져 며칠 누워있던 기억이
생각나면 웃는다. 그 곳도 나의 아지트였다. 젊었을 때, 흔들고 다닐 때는 술집과 친구가 아지트며 위안이였다. 그러나 나이가 들고 책임감과
처신의 균형이 필요함을 알고 난 후는 그에 맞는 아지트가 필요하다.그래서 산이 좋다.언제라도 베낭만 들면 맞아주는 곳. 그래서 산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