聖歌
성당의 종소리와 성가대의 합창은 마음을 맑게하고 경건한 위험과 포근한 위안을 느낀다. 어제 회사에 이야기하고 좀 일찍 나와
천주교 '공원 묘지'에 들렀다. 할머니의 산소에 먼저 들리니 비석앞에 소주병이 놓여 있다. 누군가 왔다 간 모양이네-하고 보니
1/3정도 남아 있어, 소주를 버리고 빈병을 들고 나왔다. 우산을 써고 기도를 하고 할머니의 사랑을 회상하며 감사의 뜻을 올렸다.
아버님이 계신 납골당인 "하늘 공원"은 깨끗하고 관리가 잘 되어 있어 도서관을 오는 것같아 항상 올 때마다 기분이 좋다. 어제는
미사 시간이 겹쳐 그런지 성가가 울려나와 더욱 경건한 마음과 무엇인가 그리움이 앞선다. 자판기에서 소주를 한병 사서 아버님이
계신 곳으로 가니 촛불을 켤 라이터가 없어 관리사무소에 가서 가지고 왔다. 회사서 나올 때 생각했는데, 깜박하고 왔던 것.
명절날 보니 이방 저방에서 라이터땜에 왔다 갔다 하는 것을 보아, 많이 사서 나 둘려고 했는데 잊어 버렸다. 관리사무소에 가서
안 받는다는 것을 만원을 주고, 라이터를 많이 사 각 테이블에 두라고 하였더니 모두 웃고 고맙다고 했다. 이번 12월5일 대구에서
결혼식을 할 조카가 며칠전 다녀갔다고 쪽지를 붙여 놓았다. 바로 밑의 남동생과 함께 와 할머니의 산소에도 들린 모양이다.
"항상 밝은 모습을 보여 주시던, 아버님" 하고 시작되는 작은 쪽지를 보니 나도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나보다는 동생들과 오래
생활하셨으니 아버님의 모습이 그 들에게 깊히 각인되었을 것이다. 나와는 계모가 들어오고 밀양서 함께 살 때 사춘기 시절이라
다투기도 하였지만, 아버님이 항상 멀리서도 생각해 주시던 마음은 잊을 수없다. 참 한량이였지만 마음이 선량하신 아버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