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자유

10월의 시

산같이 산과 같이 2014. 10. 4. 05:22

 

 

 

   풀꽃의 노래


   나는 늘
   떠나면서 살지
 
   굳이
   이름을 불러주지 않아도 좋아

   바람이 날 데려가는 곳이라면
   어디서나 새롭게 태어날 수 있어

   하고 싶은 말들
   아껴둘 때마다
   씨앗으로 영그는 소리를 듣지

   너무 작게 숨어 있다고
   불완전한 것은 아니야
   내게도 고운 이름이 있음을
   사람들은 모르지만
   서운하지 않아

   기다리는 법을
   노래하는 법을
   오래전부터
   바람에게 배웠기에
   기쁘게 살 뿐이야

   푸름에 물든 삶이기에
   잊혀지는 것은
   두렵지 않아

 


이해인 <다시 바다에서> 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