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갑빠
종종 "내 안경 거기 없소?" 하고 집사람이 묻는다. 해운대 온 이후부터 다니고 있는 P호텔 사우나서 알고 지내는 사람은 ,
고교후배 L 의 부인 뿐이고, 17년 동안 다녀도 간혹 인사하는 사람을 제외하곤 없다고 한다. 안경을 벋으면 보이지 않으니
사람들 사귀기도 어렵지만 그럴 생각도 없는 사람이다. 물을 많이 써 "사모님 물을 아껴야지요"하고 2-3번 회원에게 쫑코를
받기도 했단다. 정색하고 " 이 물 다 넘쳐 버리는 물이니 걱정하지 말아요" 무시하고 5-6번 샤워기 낙수물로 안마 한단다.
그런 집사람이 작년 가을부터 테니스 레슨을 계속 받고 있다. 5-6년전 테니스계에서 은퇴한다고 하더니 볼에 재미를 더
붙어서 그런지 요즘 더 열심히 테니스를 치고 있다. 부부클럽에도 들어가자고 하도 물고 늘어져 3주 전부터 함께 토요일
다니고 있다. 한쪽 눈에 무엇이 빙빙 돈다고 한지도 몇 년되었는데, 테니스 회원들이 "언니 언니 또는 형님 형님"하다 보니
눈이 나빠도 염색도 자주 하고,저녁이면 피곤하여도 꼭 신문과 책을 한시간 정도 읽고 자, 참 신기하다는 생각이 든다.
마음에 드는 것은 골마루와 전실, 화장실을 사이에 두고 각방을 사용하고 있는데, 아침에 일어났는지? 부르면 항상 밝고
긍정적인 음성으로 대답을 한다. 아주 낙천적인 성격에 인생을 달관한 사람처럼 타인을 이해할려는 성격이라 주위에 모이는
사람들이 많다. 여자들 테니스 클럽 한 곳에 20년 이상 다니며 회장을 15년 하기도 했다.그리 직선적이 아니면서 유머적이고
실질적인 처신으로 그런 것같다. 성격이 급한 내가 상대하기에는 갑갑해도 이제는 서로 맘 편하게 지내도록 노력하고 있다.
집사람이 말했다." 우리보고 해운대 갑빠(부자")라고 농담해서,"아니다, 빠듯한 월급쟁이다" 하고 설명해도 믿지 않는단다.보기에
또 아쉬운 소리를 안하니 오해하는 것. 한술 더 떠 " 우리가 사는 스타일이 잘 사는 것 같아요" "빠둥빠둥 모아서 써보지도 못하고
죽을 때 남겨 놓으면 뭐하나요?" 한다. " 여편네, 그렇다고 낭비하고 자만하면 나중에 쪽박찬다" 하고 말했지만 다행인것은 눈이 나빠
차도 몰지 않고,명품 옷에 아둥바둥 하지 않고 수수하다. 이제, 하나 자식 시집 갔으니 두사람 검소히 생활하면 마음-갑빠는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