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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같이 산과 같이
2013. 10. 2. 09:14
입력 : 2013.10.02 03:07
정홍원 국무총리 "정부도 작은 결혼식 동참"
수천만원짜리 꽃장식 해봤자 하객들 기분만 더 우울해져
삶의 기쁨, 안일한 데서 안 나와… 스스로 일어설 때 비로소 느껴
정 총리는 이날 본지가 준비한 '작은 결혼식' 서약서를 꼼꼼히 읽고 흔쾌히 서명했다. ①가까운 사람만 모시고 의미 있게 결혼식을 올리고 ②예물·예단을 간소하게 마련하고 ③신혼집과 혼수는 양가가 형편에 맞춰 공평하게 분담한다는 내용이다.
정 총리는 "저는 이미 외아들 혼사를 치렀지만, '작은 결혼식' 캠페인에 공감해 정부 차원에서 적극 노력하겠다"고 했다. 앞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양승태 대법원장·김황식 전 국무총리도 같은 방식으로 본지 캠페인에 힘을 보탰다.
정 총리는 "남들 혼사에 다녀보면, 잠깐 결혼식 하려고 요란하게 치장하고 꽃 장식에 수천만원씩 쓰는 분위기가 하객들을 우울하게 만드는 것 같았다"면서 "모범을 보여야 할 일부 지도층이 잘못된 행태를 보이는 것은 시정돼야 한다"고 했다. 정 총리는 또 "더 많은 공공기관이 작은 결혼식 장소로 개방되도록 정부가 나서서 최대한 발굴하겠다"고 했다.
정홍원 국무총리가 지난 27일 본지와 여성가족부가 작년부터 펼치고 있는 ‘작은 결혼식’ 캠페인 증서에 서명하고 있다. /이명원 기자
정 총리는 경남 하동 가난한 집 12남매 중 여섯째였다. 그에게 대학은 본인이 공부 잘해서 붙으면 고학해서 다니는 곳이지, 부모가 등록금 대서 보내주는 곳이 아니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입주 과외 교사로 '자급자족'했고 진주사범을 거쳐 또래보다 4~5년 늦게 성균관대 졸업장을 받았다.
그는 외아들이 초등학교 3학년이 됐을 때 "앞으로 목욕탕은 너 혼자 가라"고 했다. 아들이 "그럼 등은 누가 밀어주나요" 하고 묻자 "정 밀고 싶으면 옆자리 아저씨 먼저 밀어드리고 너도 밀어달라고 부탁하라"고 했다. 정 총리는 "제가 살아보니, 삶의 기쁨은 자기 힘으로 일어서는 데서 나오지, 안일한 데서 나오지 않더라"면서 "아들도 그렇게 가르치려 애썼다"고 했다.
지난해 조선일보 조사 결과, 신혼집 마련하고 예물·예단·혼수·결혼식 비용 대느라 양가 합쳐 쓰는 돈이 평균 2억808만원이었다. 3억~4억원짜리 집을 가진 중산층 부모도 아들 집값을 1억원 이상 대주고 나면 은퇴 후 한 달 수입이 반 토막 나서 '아프면 큰일 나는 처지'가 됐다.
정 총리는 그런 부모 세대를 향해 "'작은 결혼식'은 부모 세대가 실질적인 부담도 줄이면서, 자식에게 물질적 유산보다 소중한 정신적 유산을 물려주는 방법"이라고 했다. 그는 젊은 세대를 향해 "취업난에 결혼 비용까지 고민이 많겠지만, 자기 힘으로 살아야 인생에 면역력과 저항력이 생긴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