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조우.
소꼽친구라면 여자애를 상상하기쉽지만 아주 어릴적에 함께 자란 K를 아침에 만났다. 더운날 에어컨을 틀고 교통체증에 시달리기 싫고
어쩐지 오늘도 지하철로 오고 싶었다. 해운대서 2호선을 타고, 수영역에서 갈아탈려고 줄을 서서 기다리다 열차가 막 들어올때 스크린
도어에 비친 모습이 K같아 다시 볼려는 순간, K도 뒤에 비친 내모습에 눈에 익었느지 돌아보았다. 반가웠다. 거의 12년정도 된 것같다.
베트남에서 들어와 한 일년 쉴 때 K와 연락이 되어 산과 바다에 같이 어울리기도 했는데 그 뒤 소식이 없었다. K도 중국에 갔다 와, 다시
연락을 하니 내 전화가 떠지 않는다고 했다. 아마 출장간 사이인것같네. 같은 동네서 자라 초등학교에 같이 다니고, 중,고를 따로 다녔지만
우직하고 착한 K와는 항상 부담없이 만났다. 한동안 고전하는 것같아 마음이 안되었는데, 서로 연락을 끊겨 잊고 있었던 것이다.
해운대 마리나에 살고 있다고 하네. 우리 업계를 떠나 빌딩관리를 한다고 하니, 관리사무소쪽인지 모르겠다. 다음주에 만나 들어보면 되겠지.
내가 할머니의 손에 자랄때 K 어머니 젖을 먹기도 했다고 들었다. 그 어머니가 90인데 아직 혼자서 살며 건강하시며 내가 잘있는지 묻기도 한단다.
K는 나와 같은 회사의 부산과 서울에 근무하기도 하고 그 뒤 내가 관련된 회사에 소개하여 중국에서 수년간 근무하기도 했다.
몸 관리를 잘해 건장하게 보인다.얼굴은 흐튼 일을 하는지 좀 그렇지만 밝고 씩씩해 좋았다. 내 얼굴이 영 안좋다고 무슨 일있느냐?고 건강에 대해
물어본다. 혈압약을 먹고 당뇨에 조심하고 있다고 하니 웃었다. 조용히 작은 회사에 김해까지 다니고 있다고 말하니 K도 이제 우리 업계의 사람들은
거의 만나지 않는다고 하네. 지하철에 옆에 앉어 연산동까지 같이 오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다음주에 보기로 했다.
딸, 아들 각 하나인줄 알고 있었는데 딸은 시집가 손녀가 한번씩 오면 바닷가에 산책을 하는데 예쁘단다. 집 사람도 곱상하고 또 애살이 많아
성격이 급했던 것같았다. 여형제들이 의사니 사업가니등 좋은데 시집을 가, 집사람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다고 K가 한 말이 기억난다.
한 때는 K의 상황에 맞춘다고 같이 어울릴때는 나도 언행에 주의하기도 했지만, 이제 느그막에 다시 만나니 소주 한잔 걸쳐도 부담이 없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