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홍
회사 근처에 작은 개울이 흐르는 뚝길이 있다. 간혹 청동오리가 무리지어 다니기도 하는 개천위의 그 뚝길 양가로
붉은 백일홍이 피여있었다. 약 1km가 넘는 좁은 길이라 차 두대가 지나기가 아슬해 초보자는 아예 서 있기도 한다.
나는 그 뚝길로 간혹 차를 몰고 왔는데, 불암동 교차로에서 공단길로 오면 회사까지 가깝고 쉽지만 , 둘러서 뚝길로
오는 것은 백일홍 나무의 꽃이 머리속에 남아있어 꽃이 피는 계절이던,안피는 계절이던 그길로 자주 온다.
언제부터인가 뚝길 확장 공사를 하면서 금년에는 아예 백일홍이 없어져 버렸다. 그 아까운 것을 어디다 보냈을까?
하고 생각했는데, 일부는 다른 농로길에 심어져 있는 것을 보고 간혹 가까이가서 보기도 하는데 어떤 구간에는 나무가
잘 관리되어 있어 몇 번가보니, 어떤 몸이 불편한 장애인이 나무 화단에 풀을 뽑고 관리하며 공을 드리고 있었다.
백일홍에 애착을 가지고 그러는 것같아 한번 물어 본 적이 있는데 웃으면서, 나무 자라는 것이 좋다고 했다.
돌아가신 사돈이 당신의 빌딩 계단입구에 큰 백일홍 한 그루를 옮겨놓고 나에게 200년된 나무라고 이야기한적이 있다.
겨울에는 크리스마스 추리로 사용해 작은 불빛의 전구를 달아놓으면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더욱 멋졌다. 서울 사람들이
내려와 지었다는 건물과 잘 조화를 이룬다고 생각했는데, 사돈이 갑짜기 돌아가시고 나서 더 백일홍에 애착을 갖게 되었다.
작년 가을 텃밭에 백일홍 한그루 심었다.붉은 꽃이 필때면 사돈어른과 형제처럼 즐겁게 어울리던 기억들이 살아나겠지.
아침 백일홍 나무가 푸르러진 농로옆으로 오면서 다시한번 옛 기억이 떠올라 이글을 쓴다, 덧없는 세상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