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 준비.
구름이 끼어 어둡고 추운 일요일의 날씨,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겨울 날씨다. 추워도 햇빛이 나던지 아니면
아예 눈이나 비가 오던지. 이런 을씨년스런 날은 사람들과 어울려 따듯한 커피를 두고 대화를 하면서 웃고
떠들고 또는 진지한 눈 빛의 사람의 氣를 느끼는 다정하고 훈훈한 분위기가 필요하다.
아침 일찍 일어나 컴을 보다 7시경에 목욕탕을 갔다. 다다음주에 출장이 있어 머리나 깍을까 생각했는데,
이발사가 나오지 않았네.. 이 목욕탕은 이발사가 자주 바뀐다. 새로 오는 사람이 손님이 없더라도 6개월 이상
뼏대면 자연히 단골이 생기는데 보통 3 개월 전후로 벌써 4-5명이 바뀐 것같다. 장사가 안되니 일찍 나오지도
않는 것같다. 목욕을 하고 나오니 이발사가 나와 있어 그냥 왔다. 별로 할 일 없이 하루를 보냈다.
동물농장을 집사람이 좋아 해 함께 보고 죽은 쫑이를 생각하고 마음 아파했다. 날씨가 그래 산책도 하지 않고
쉴려고 하다, 테니스가 치고 싶어 12시경 집사람과 함께 보건소 코트, 소각장 코트에 둘러 봐도 회원들이
꽉 차있어, 뜨내기 칠 자리가 없네. 혼자라면 어디 아는 사람찾아 끼이겠지만, 그러지도 못해 기장으로 향했다.
장산으로 해서 기장으로 산 넘어 올 때 눈여겨 보아 둔 코트가 있어 갔더니, 역시 점심시간이라 자리가 비워있다.
남녀 두사람이 단식을 하고 있어,이야기 하니 남자는 회원들이 온다고 부정적인데 부인인듯한 여자가 맘껏 치고
가란다. 옆 코트에서 40분 정도 치고 있으니,단식을 마치고 쉬고 있던 부부가 우리보고 같이 한 게임을 하자고 해,
재밋게 한 게임을 했다. 4:4 까지 갔을 때 그 분들 짜장면이 배달되어 끝냈다. 그 쪽도 남자는 잘 치고 여자는 보통
수준이다. 테니스에 미쳐 점심을 시키면서 볼을 칠 정도다. 돈을 주어도 받지 않고 다음 일요일에 또 오라고 하네.
집사람이 다리가 천근이라고 해 근처서 식사하고 사우나 데려다 주고, 나는 차에 기름을 넣고 옛날 사용하던 라켓의
그립을 갈도록 맡겨 놓고 왔다.사장이 내 채의 무게를 달으니 346g이다. 무거워 어떻게 치느냐고 묻는다. 좀 무겁지만
지난 번에 산 채는 아직 익숙하지 않아, 게임을 할 때는 당분간 옛날 것을 사용할 것이다.
날씨가 풀리면 일요일 치는 테니스 클럽에 가입할 생각이다. 옛날처럼 승부 위주가 아닌 재미와 건강을 위한 플레이가
되도록 마음을 다스려야 한다. 상대방과의 승부를 가리는 게임이니 자칫하면 감정에 빠져 마음의 여유를 잃는다. 이제는
명색이 그 정도는 넘어서야 될 케리어와 나이다. 생각한 바 있어,지난 몇년 테니스를 치지 않았고,그 전에도 한 동안 중간에
테니스를 끊고 지냈던 적이 있다. 어느날 생각하니 일상의 게임인데 너무 승부에 매달리던 내 스스로가 싫어 졌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