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자유

비우면서 가는 길

산같이 산과 같이 2012. 10. 10. 14:29

 

아지랑이

 

나아갈 길이 없다 물러설 길도 없다
둘러봐야 사방은 허공 끝없는 낭떠러지


우습다


내 평생 헤매어 찾아온 곳이 절벽이라니

끝내 삶도 죽음도 내던져야 할 이 절벽에
마냥 어지러이 떠다니는 이 아지랑이들


우습다


내 평생 붙잡고 살아온 것이 아지랑이더란 말이냐

 

―조오현(193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