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5

기장 시장

산같이 산과 같이 2012. 6. 12. 14:57

기장 시장의 골목에는 꿈틀거리는 생명이 있다. 좌상이 즐비한 골목길에는 좌판에서 풍기는 삶과 눈물의

현실이 있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 비집고 주위를 둘러보면 많이 본듯한 그 얼굴들이 모여 있다.

 

특이 살 것도 없는 어제 오후에 허허한 마음에 옛날을 찾아가는 나의 마음과, 크게 남지도 않는 장사를 하며

하루 또 하루를 엮어가는 그 사람들의 표정이 눈길로 마주치면 더 심각하고 절실한 생활이 된다.

 

나는 사람이 붐비는 시장 길에서 나이 든 할머니가 파는 것은 조끔씩 사서 모우고 있다. 잃어버린 추억과 애특한

기억들을 까만 비닐 봉지에 담는 것이다. 딱 아는 사람도 아니지만 한 봉지마다 돈을 주고 옛 아픔을 담고 있다,

 

할머니 뒤를 따라서 함께 가던 여러 시장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작은 한 두단의 채소나 식재를 사면서 할머니는

잘도 깍기도 하나 더 받기도 했다. 장보다 지치면 떡파는 양팽이 옆이나 오뎅가게에 앉어 함께 마주보며 먹기도 했다.

 

모든 것이 가고 없는 지금에도 한 번씩 퇴근길에 철마로 오며 길가의 옥수수나 토마도도 사고 기장 시장에 들러 떡이나,

마른 노가리 포, 과일등을 산다. 어쩐지 익숙한 모습의 할머니들에게 한 마디씩 말 부치며 허전한 가슴을 채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