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자유

금강하구

산같이 산과 같이 2010. 12. 3. 08:26

 

금강하구

 

                                 (안도현)

 

 

 시도 사랑도 안되는 날에는

친구야 금강하구에 가보아라

강물이 어떻게 모여 꿈틀대며 흘러 왔는지를

푸른멍이 들도록

제 몸에다 채찍 휘둘러

얼마나 힘겨운 노동과 학습 끝에

스스로 깊어 졌는지를

 

내 쓸쓸한 친구야

금강 하구둑 저녁에 알게되리

이쪽도 저쪽도 없이

와와 하나로 부둥켜 안고

마침내 유장한 사내로 다시 태어나

서해속으로 발목을 밀어 넣는 강물을

반역이 사랑이 되고

힘이 되는것을

한꺼번에 보여 줄테니까

 

장항제련소 굴뚝아래까지 따라온 산줄기를

물결로 어루만져 돌려 보내고

허리에 옷자락을 당겨 감으며

성큼 강물은 떠나 가리라

 

시도 사랑도 안되는 날에는

친구야 금강하구에 가보아라

해는 저물어도 끝없이

영차영차 뒤이어 와 기쁜 바다가 되는 강물을

하루내 갈대로 서서 바라보아도 좋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