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자유

나라가 있어야 절도 있다.

산같이 산과 같이 2010. 11. 27. 22:43

"내가 그때 의주에서 휴정(休靜)을 불러 부처의 힘으로 나라를 구할 수 있겠느냐고 물었어. 휴정이 말하기를, 늙고 병든 승려는 절에 남아 부처님께 나라를 구하기를 빌도록 하고, 다른 모든 승려는 싸움터로 부르겠다고 했지." 박덕규의 역사소설 '사명대사 일본탐정기'에서 임금이 서산대사 휴정에게 도움을 청했던 날을 회상한 장면이다. 서산대사는 사명대사를 비롯한 승병(僧兵)으로 의승군(義僧軍)을 만들어 왜군에 맞섰다.

▶우리 호국불교는 삼국시대부터 있었다. 고구려 승려 3만명은 당나라 군대에 맞섰다. 신라 문무왕은 평소 "죽은 뒤 호국의 대룡(大龍)이 돼 불법을 숭봉하고 나라를 수호하고 싶다"며 호국신앙을 강조했다. 고려 태조 왕건은 "우리 국가의 힘은 반드시 제불호위(諸佛護衛)의 힘에 의존한다"며 불교를 국방의 기둥으로 여겼다. 팔만대장경은 호국신앙이 빚어낸 큰 문화재산이다.

▶불교는 살생을 금하는 종교다. 그러나 불교 경전 중에 '인왕반야경(仁王般若經)'은 호국 불교의 가르침을 담고 있다. 석가모니는 인도의 열여섯 임금들과 문답을 나누면서 "국가를 정당하게 지켜야 불교의 가르침을 따를 수 있다"고 했다. 신라와 고려는 이 경전에 따라 나라가 위기를 맞을 때 반야경을 읽는 법회를 열었다.

불교방송 진행자인 비구니 정목 스님이 그제 조선일보사를 찾아와 성금 5000만원이 든 봉투를 내밀었다. 은사인 86세 광우 스님이 머무는 절이 워낙 낡아 더운물도 나오지 않는 것을 이번에 고치려고 마련했던 돈이라고 했다. 정목 스님은 "나라가 있어야 절도 있다"고 했다. 연평도에서 해병 장교로 복무했던 권오갑 현대오일뱅크 사장도 1000만원을 맡겼다. 걸그룹 티아라도 2000만원을 내겠다고 밝혔다.

천안함이 폭침당한 직후 89세 김용철씨는 "인생은 유한하지만 국가는 무한하다"며 평생 모은 재산 90억원을 방위성금으로 냈다. 북한의 무자비한 공격을 보며 김씨는 "나라가 있어야 개인도 있다"는 상식을 뼈저리게 깨달았다고 했다. 북한이 천안함에 이어 연평도 마을에까지 포탄을 퍼붓는 것이 우리가 마주한 현실이다. 비구니 스님을 비롯해 누구든 국가라는 방패를 어떻게 하면 더 튼튼히 할 수 있는지 생각하게 된다. 한마음 된 국민이야말로 그 어떤 창도 뚫을 수 없는 방패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