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

산같이 산과 같이 2010. 7. 2. 08:20

이 때쯤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구서동 경부 고속도로로 진입하면 톨 게이트 못 미쳐 오른 쪽으로 갈라지는 길이 있다. 영락공원으로 가는 길이다. 3년 전 8월초, 여름 휴가의 첫 날, 종무식을 마치고 임원들의 회식이 있어 전 날 늦게 귀가하여 아직도 잠결에 있었던 아침 6시경이다. 전화 벨이 울리고 집사람이 받아 " 우짜노-" 하며 울먹이는 소리를 얼피시 듣고, 아! 섭이의 일이구나 하고 눈이 퍼뜩 띠었다.

 

전날 회식자리에 전화가 와서" 일마, 빨리 안오나? " 하길래 " 오늘은 술이 되어 못가고 내일 소주 몇 병 사가지고 갈께." 하고 농담을 주고 받던 친구였다.  그 해 6월, 벡스코에서 나의 출판 기념회때 부부동반 나와서 술도 마시고 했는데 며칠뒤에 폐암 말기로 진단을 받아 서울 세브란스 병원에 갔다, 항암 치료를 혈관으로 받고, 이런 저런 검사 땜에 몸만 베리고 다시 부산 대학병원에 막 내려온 것이였다. (서울에 가지 말고 산으로 들어 가라고 했는데 친척들이 하는 데 까지 해보자고 한 것이다.)

 

8월의 햇살은 좋아하진 않지만, 섭이가 가는 날  날씨가 좋았다. 대학병원 내에 차려진 빈소에는 '해백회 회원일동'이라는 조화가 고인의 영정 바로 옆에 놓아있었다. 친구 부인이 생전 고인이 제일 좋아하던 친구들의 마음을 울면서 그 곳에 놓아 두고 싶었던 것이다. 해백회는 해운대 백수 클럽으로 내가 베트남에서 들어와 한 10개월 놀 때 결성한 회로, 5인의 정회원에 겉따리로 이런 저런 후배 또는 산을 좋아하던 여성 후배들이 몇이 모이곤 했다. 아지트는 송정 비치의 길 카페(노상 커피 shop)혹은 아나벨리 였다. 한번씩 회식도 하고 산도 타고, 돈을 절약하기 위해서 경주까지  골프치러 가기도 했다.

 

섭이는 그때 골프를 배워(집 사람이 사업), 아시아드 연습장을 우리와 줄곳 다니곤 했는 데, 때론 다른 쪽 친구들과 설악산 근처까지 골퍼치러 가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의 정은 무엇이라고 해도 송정 바닷가에 천원짜리 커피를 시켜서 파도를 바라보며 바람속에서 웃고 떠들며, 대화의 정을 피운 것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 지금은 해백회 멤버들이 전부 사업을 하던지 혹은 취직을 하여 다시 생업에 종사하고 있지만, 인생의 멋을 아는 한량들 이였다. 특히 섭이는 중학교 시절 부터 나와 친한 3인방 중 한 명이였는 데....

 

아침 일찍 집에서 막 바로 2공장으로 가서, 외국에서 온 손님들과 미팅을 마치고 본사로 와서, 회장께 보고하러 가니 이번 여름 휴가 일정을 의논하신다.

 

그렇다 8월이 가까워 지고 있다. 작열하는 태양과 맛서는 여름이면 생각나는 친구가 있다.

그 여름 휴가는 눈물로 범벅이 되어, 관을 들었다.  기억속에 타올라 오는 친구의 모습. 매일 아침 고속도로로 해서 남양산을 통해 출근하는 나는 섭이가 간 그 길을 오늘도 비켜서 지나간다. 언제까지나 그럴 순 없겠지만... ,

 

"열심히 살아야 돼", 하는 친구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사랑하는 친구 ,  곤색의 양복을 즐겨 입던 너의 모습이 그리워 지면 나는 종종 바닷가로 나간단다.

 

(2006.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