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B팀 골프(2/16)
1) 구력은 참 오래지만, 그렇게 미친 상태는 아니다. 요즈음은 두 세달에 한번 라운딩을 하니,
골프를 친다고도 할수 없다. 30년전 미국에서 처음 배울 때 미쳐서 다녔지만, 한국에 와서는
형편도 안되었지만, 형편이 된 이후에도 테니스에 미쳐서 골프를 멀리했다. 동남아 국가에
근무할 때는 좀 더 자주 쳤지만, 그곳에서도 테니스와 병행했던 것이다. 인도네시아의 골프장은
흐릿하지만, 자카르타 힐튼 호텔의 10면의 테니스 코트는 아직 눈에 어린다.
베트남 근무시는 현지인들과 테니스를 통한 우정과 인맥을 쌓고, 회원들과 오토바이를 타고 지방원정
게임까지 하면서 베트남 문화의 새로운 경험을 즐기기도 했다. 한편 작열하는 태양아래 지구력이 요구되는
골프는 재미있고도 힘든 것이지만 그늘집에서 마시는 시원한 코코넛 주스는 일품이다. 주재하는 한국인들간의
골프 라운딩후의 폭탄주는 몸을 혹사시킨 쾌락이였다.
2)그저께의 OB팀 골프도 딱 2개월만이다. 아파트 2층에 타석 6개의 짧은 연습장이 있지만
지난 12월 라커 룸에 채를 넣어놓고, 그저께 채를 빼기전에 한 20분 스윙 연습과 30개 정도
쳐본 것이다. 나같이 연습을 안하고 필드에 나가는 경우에는 이상하게 처음 몇 홀은 그런대로
가지만 갈수록 폼이 흐트려 진다. 집중력의 문제인 것이다. 골프는 정말 집중력이 요하는 게임.
총무가 보낸 메일에 내가 속한 C조엔 웬결 싱글이 두사람이나 있다. 둘 다 회사의 오너 사장이다.
사기업의 사장들이니 항상 골프를 치고 다니는 분들이라 전문 선수들이다. 총무에게 선수들과
치기 싫으니 물반 고기반의 비슷한 회원조에 넣어 달라니 이번에는 썩어서 조를 짯으니 가능하면
그대로 하자고 해, 총무를 존경하는 마음에 순응했지만, 맘으론 좀 각오를 하고 나갔던 것이다.
Tee-off 타임과 조편성의 연락을 2-3일 전에 문자와 메일로 받아, 각오와 연습을 연결시킬만한
시간이 없었고, 전날 허리도 아파, 형님과 산책도 중간에 그만두고 함께 오면서, 막걸리만 마시고
말았던 것이다. 그러나 한가지 맘속으로는 볼을 끝까지 보고 집중하여 치자. 내가 칠때가지는
내볼이니 아무도 손대지 않으니, 찬찬히 치자고 다짐했던 것이다. 정신력에 최면을 걸고 있었다.
3) 차를 몰고 고속도로를 달리다, 동김해 CC에서 내려 구정 휴일중에 당직을 서는 직원들을
격려하고 다시 고속도로에 올려 정산 CC에 도착하니 총무가 요청한 11시 정각이다. 식당에 가니
벌써 다 와 있다. 12명중 한 명만 보이지 않아, 물으니 우리 조의 Y 싱글 사장이 일찍 와 , 지금
밖에서 연습하고 있단다. 기절할 일이다. 우리 C조는 예의 두 싱글외에, H무역의 K 사장과 나.
K사장은 한 때 나와 같은 테니스 클럽에 있었으며 지금도 골프와 테니스를 같이하는 스포츠맨이다.
그의 골프는 덜쑥날쑥한다고 하면 정확하다, 엄청난 장타다. 며칠전에 한번 전화를 하니, OB팀 골프대비
연습중이라고 했다. 드라이브가 고장이 났다고 하며.. 그는 잘 치면 80대 중반, 못치면 90대 후반도 친다.
맘속으로 K사장이 있으니 하고 위안을 한것이 나는 보통 90-95사이에 안정적이며,그날 퍼팅에 좌우된다.
4) 커피를 한잔씩하고 담소를 나누다가 세팀이 함께 나왔다. 달우와 해우 코스로 나누어져 나가는 것이다.
캐디보고 아예 드라이버 3번은 안치니 꺼내지 말라고 하였다. 안전하게 장끼인 아이언으로 따북따북 칠려고
맘먹은 것. 베팅을 이야기 할때 내가 약자위주로 정하자고 하니, Y사장말이 "약자가 강자 돈을 따면 됩니까?"
하는 것이다. "菩施라도 하소" 했으나, 결국 핸디없이 3게임씩 토탈하여 1,2,3,등 얼마씩, 4등은 없기로 하였다.
해우 코스의 일번 홀은 좀 길고 그린이 언덕쪽이다. 오른쪽은 OB가 있으며 구릉을 하나 넘겨야 하니 거리가
좀 나야한다. 자칫하면 오른쪽으로 쉽게 OB지역으로 간다. 간단한 스트레칭을 도우미의 구령에 맞쳐하고
K 사장이 오너가 되어, 첫 샷을 날렸다. 역시나 장타로 왼쪽 언덕으로 올랐다 다시 내려와 카트길을 따라
앞으로 가 엄청 멀리갔다. 다들 첫 홀의 드라이브는 좋았다. 이상하게 K사장과 내가 파(Par)를 하고, 싱글
두 선수들이 보기를 한것이다.
두번째 홀은 파, 보기, 보기 보기. 놀랍게도 K사장이 연속 파. 세번째 홀도 k 사장이 파, 나도 파를 하여, K사장이
일등, 내가 2등을 한것이다. 그 뒤 3홀은 내가 1등을 했다. 두 싱글을 젖히고 90대들이 앞선 결과가 되었다. 겨울
골프가 되다보니, 싱글 실력도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 것이다. 즐거운 기분으로 "싱글 선수들이 스코아 조정하냐?"
하는 농담들이 오갔다. 결국은 K 사장이 먼저 OECD 그다음에 내가 두번째로 들어가 , 그때부터 좀 흔들기 시작했다.
5)얼마이상 돈을 딴 플레이어는 OECD에 자동으로 들어가, OB나, 헤저드에 들어가던지,숏홀에 다블보기 이상, 그리고
벙커에 들어가던지, 어느 홀이던 3 퍼팅 이상을 하면 벌금을 내야 하니, 신경이 더 써여 볼이 잘 되지를 않는다.
역시 후반전 In-course에 들어가니 싱글들이 빛나기 시작하며, 딴 돈이 계속 벌타로 나가기 시작하고 흔들어댄다.
그러나 싱글을 붙잡고 핸디없이 마즈막까지 투혼을 발휘해 본전치기를 하였으니, 아쉬움없는 게임의 하루였다.
아쉬움이 있다면 집중력이 끝까지 가지 못하고, 뒤에 허물어 진것이다. 몸이 전반처럼 잘 돌지를 않는 기분이였다.
마지막 홀에 집중을 하며 잘 맞았는데, 너무 잘 맞어 보통때면 갈수 없는 장타가 나 벙커에 들어간 것이다. 그러나 벌금을
내더라도 기분은 좋았다. 이번에 볼을 치면서 아이언 뒷땅을 몇 번 때린 것이 아쉬웠다. 여름같으면 대충 뒤에 맞어도
풀위에 볼이 떠있어 지장이 없는데 겨울엔 땅이 얼어, 정확히 볼 뿌리를 맞추어야 되는 것을 소홀히 한것이다. 역시 볼을
정확히 맞쳐야 되는 것이다.
그리고, 클럽을 너무 멀리 잡은 것이 두 세번의 실수를 낳은것 같았다. 그런 경우에니 몸 중심의 이동보다 손 힘의 이동이
많게되기 쉬운 것인데 발란스가 문제가 된다. 방심한 것이다. 골프는 한번씩 나가면 필드의 실전 감각을 잃게 되는 것이다.
역시 자주 나가던지 아니면 아시아드처럼 긴 코스에서연습을 해야하는 것이다. 연습을 하면서 집중력을 몸에 익숙토록 해야
되는 것이다. 세상사도 일단 할 때는 집중력을 발휘하여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事後의 낭패와 아쉬움에 후회해도 이미 늦다.
6) 골프는 취미 운동이고 다시 연습하면 향상시킬수 있지만 인생은 지나가면 다시 되돌릴수 없는 것이니 그때마다 최선을 다 해야
되는데, 그렇치 못하고 골프처럼 자꾸 방심하여 중요한 것을 놓치고 인생을 허비하는 인생의 바보가 되기도 한다. 돌아보면
많은 것을 그렇게 흘러 보낸 것이다. 그리고 지금도 그렇게 흘러 보내고 있음을 생각하며, 마음의 여유를 다짐하는 것이다.
"철들자 세월 다 갔다"는 옛 사람들의 말이 실감되지만, 늦게라도 철이 들어 인생을 알고 가니,그나마 다행한 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