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백회
테니스장에 들어가니 1명이 부족해 게임을 못하고 있던 회원들이 반긴다.. 막 라켓을 꺼내는데 전화가 왔다.
"XX 오빠 , 나 H인데 , S와 함께 지금 송정쪽으로 가다 테니스장으로 들어가는 오빠를 봤는데 맞지요."
"그래 참 오랫만이다, 어디고?"
"테니스장 주차장으로 들어와 파킹하고 있다, 오빠 얼굴한번 보고 갈려고.. 나와요" 한다.
어제 저녁의 일이다. 함께 칠려던 회원들보고 잠깐 스트로그 치라고 하고 , 나가니 둘이서
차문을 열고 나온다. 해백회 시절의 팀들이며 등산 매니어 들이다. H와 S는 수차례 우리와
등산도 갔는데, 지금 H는 암벽등반에 S는 사진에 빠져있단다. 웬만하면 저녁을 함께 할려고
해도 출장갔다 온후 첫 날이며 낮에 테니스 회원인 조이사와 약속이 되어있어 미안했다.
테니스 치러 오는 사람들이 힐껏 쳐다보고 간다. 가시나들이 좀 튀게 옷을 입고 있다. 안됐지만
그냥 가라고 하니 자기들도 S일땜에 잠깐 해운대에 들렀다고, 괜찮단다. 다음에 한번하자고
하고 매정히 돌아섰다.
해백회, 그 모임은 인상적이었다.. 베트남에 있다 들어와 한 일년 놀때, 일부 친구와 후배 그리고
등산클럽의 여자들이 어울려 만든 클럽으로 '해운대 백수모임' 즉 해백회였다. 바람이 모래를 날리는 겨울에도
송정바닷가 길 커피점에 모여 대화를 나누다,또 건수를 만들고, 기장의 보리밥 ,칼국수집에서 식사를 때우곤 했다.
한번씩, 등산도 가고, 아시아드 골프장도 갔지만, 비용이 적게드는 경주 물천리에 자주 볼치러 갔다.
그 나이에도 순수하고 낭만적인 성격의 모임이였던 것이다.
그즈음에 나는 사이공 사이공 책을 쓰고 , 이듬에 다시 직장을 구할즈음 벡스코에서 출판기념회를
가졌고, 몇개월 후, 몇 사람이 동시에 직장과 업을 다시 찾았지만, 내 친한 친구인 섭이는 하늘나라로 간것이다.
부인과 출판기념회에 나와 웃고 대화하던 친구가 갑짜기 폐암말기로 판정받았던 것이다. 그 여름은
정말 더웠다.. 사랑하던 친구의 관을 들었던 것이다... 그 부인이 생전 남편이 좋아하던 모임인 해백회의 조화를
영정 맨 앞에 놓고 우리가 갔을때 울던 모습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곤색 양복을 즐겨 입던 멋진 친구였는데..
H와 S는 그 이후 한 두번 같이 산행을 했지만, 조끔씩 소식이 멀어져 갔던 것이다. 2년전 어느 토요일 혼자서 가기가
멋해 전화번호를 찾던중 H가 생각나 , 오늘 별일없으면 같이 산행하자고 하니," 오빠도 이제 다 됐나, 데리고 갈사람이 없어,
생전 전화안하다가 , 우리까지 찾는 걸 보니.. 하면서 마침 S와 고단봉 갈려고 했는데, 하며 천성공룡에 올랐던 것이다.
미안한 생각에 오늘 아침 전화를 하니, "마마 됐네, 철없는 오빠야" 다." 다음에 산이나 한번 가자고 하니,
암벽은 용기가 있어야 탄다며 어떤 곳에서는 잠프를 해야 하는데, 남자들이 무서워 못하고 30분이나 걸려 돌아오는 것을
보기도 한다며, 겁을 주고 있네... 독한 가시나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