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동굴
언동굴 | 수
2007-09-11 10:31:50
구서동 톨 게이트를 지나 고속도로를 따라 5분쯤 가면 왼쪽으로 금정산들이 병품처럼 펼쳐져있고, 그 언덕 바지에 이런 저런 나무들이 봄을 맞이 해 보라와 연미색의 초록을 띄고, 크림색의 화려함도 보인다. 그 높은 고지 8부 능선에 언동굴이 있다. 바위 절벽에 굴을 뚫어 놓고 불상을 모셔놓았다. 옆에는 가지럭한 암자가 있어, 주말이면 등산객들이 그곳에서 한숨을 돌리고 산 정상에 올라 공룡능선을 따라, 고단봉쪽으로 가는 것이다. 능선 좌우에는 멀리 산들과 마을의 전망이 좋으며 코스도 아기자기해 하루 등산코스로 , 근교등산의 묘미를 더 해준다... 양산쪽 다방골에서 시작하기도 하지만 ,외동에서 시작하는 이 길도 만만한 코스는 아니다.......
나는 종종 이 코스를 즐기고 있는 데, 특히 가을이면 산행 초입인 외송 국민학교를 지나 언덕으로 오르면 시골같은 풍경의 밭과 마을이 있고, 맑고 그윽한 산의 정기가 밑으로 품어와 농가마다 화단에 나무를 키우고 있다. 특히 담장 너머로 뻗어나와 있는 감나무와 석류나무의 줄기에 달린 누런 감, 붉은 석류는 나를 유혹한다. 그 가지에 달려 바람에 조끔씩 흔들리는 것을 보고 있으면 마음도 들떠 무엇인가 뿌듯하다...... 나는 석류를 좋아했다. 투박한 껍질 속에서 인내하며 익어가는 붉은 열매는 , 스스로 과잉에 져 어쩔수 없이 쩍 터져 버리는 그 완숙함. 화려하지 않으면서 화려한 향기와 유혹을 풍기는 그 석류를 나는 항상 누구와 비교해서 생각하곤 했다... 한국적인 여인 , 깊은 마음속에 스스로를 두고 눈으로 이야기 하며 몸으로 절제된 향기를 풍기던 그 사람을 기억하곤 한다.
지금은 오래되어 입으로 이름을 부른 기억도 생각나지 않지만, 모습은 항상 나의 길에서 어른 거린 그 사람.... 언동굴을 생각하면 숨가파오르던 그 능선이 아닌 , 외동의 그 담장에 흔들리던 석류가 항상 마음에 있다...9월이 오면 초록의 잎새사이 , 타오르던 그 붉은 석류를 아직도 가슴속에 두고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