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전 4월
- 글쓴이: 안적암
- 조회수 : 77
- 06.04.25 08:14
석계에서 시작된 산행은 처음부터 비탈길을 오른다. 옆으로는 과수원이 잘 되어 있어 순녹색의 나무들의 봄의 내음과 색깔을 풍겨서 좋았다. 한적하고 사람들로 많지않아 부산과 가까운 곳이지만 천성산 줄기는 항상 푸근함을 주고 있다.
봉수대에서 집합하여, 저쪽 산과 계곡 마을을 바라보면서 인원 점검을 하였다. 총 22명인것 같다. 결혼 시즌이고 가까운 곳이라 일반회원들도 없어 어쩜 조용한 산행을 즐길수 있겠다 생각되었다.
봉수대를 지나 좀 가파른 언덕을 차고 올라가 화엄벌로 나서니 정말 말 그대로 넓은 습지대에 갈대와 철쭉나무가 어울려지 있다. 그기서 점심을 하고 원효산으로 가지않고 트레파스하여 원효암으로 거쳐 덕계로 내려왔다. 내려오는 길은 급하고 가팔라 힘이든다. 중간 중간에 철쭉의 군락지가 있고, 아직 낙옆과 마른 가지의 나무 옆으로 삐져나오는 새 생명의 파아란 몸부림- 4월은 잔인한 계절이라는 TS Eliet의 말이 여기서 실감난다.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의 세계절을 바라보며 4월을 걷는 것이다. 황사가 좀 끼어 시야가 밝지는 않았지만 저멀리 높은 산들과의 조화는 일품이였다.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산능선을 몇번 지나니 소나무가 밀집되어 있는 길을 지나는데 밟고 가는 땅 바닥은 카페트의 느낌이다. 흙위에 낙옆이 많이 쌓여 편했다. 중간 중간 숲 사이를 지나니, 철쭉과 갈대들이 그냥 가지 말고 한판 어울리자고 멍이 들드록 꼬집고 붙잡는다. 그것을 뿌리치고 와야되는 나그네의 바쁜 마음을 그들도 이해할 것이다. 산사나이란 산에 마음의 발자취를 두지만, 아름다운 기억을 가슴에 묻고 오는 것임을.
6시간의 산행은 모두에게 좀 빡신 산행이다. 그러나 노병들도 좀 티덕티덕 버거워하는 표정은 있었지만 끝가지 집행부의 지시를 따르는 긍지를 보여 주었다. 감사할 따름이다. 친구인 전형도 본인의 말처럼 Grade-Up되어 잘 따라왔다. 해병산악회의 꽃 최여사는 우리에게 좀 스트레스를 준다. 아담한 체격에 어찌나 빨리 가는지 도저히 따라잡을 수가 없다. 제 2의 산행대장으로 우리끼리 결재해 버렸다. 그러나 목이 탈 때 가져온 물을 선뜻 잘주어 불평은 못하지만, 감사님께만 더덕 동삼을 하나 주셨다. 회춘 하시라는 말인것 같은 데, 회춘에는 젊은 여자가 최곤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산악회에 술은 삼가한다고 했는데도 집행부에서 마음이 안스러웠는지 맥주와 사이다를 사서 가져왔다 한잔하니 안한 것보다 훨씬낫다. 운영의 묘를 살리신 거라 생각하니 고마웠다. 모두 고된 산행을 마치고 한잔의 가벼운 맥주를 들며 좋아하는 모습- 그게 우리의 모습이었다.
집행부의 노고에 감사드린다. 그리고 "모여서 뭉쳐보자,해병 화이팅!" 하고 문자를 보낸 그 님께도 힘찬 박수를 보냅니다. 그 자극적인 말에 또 한번 꼬이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