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자유

푸른 오월

산같이 산과 같이 2008. 5. 8. 20:52

 

청자빛 하늘이

육모정 탑 위에 그린 듯이 곱고

연당 창포잎에-

여인네 행주치마에-

 

라일락 숲에

내 젊은 꿈이 나비같이 앉은 오후

계절의 여왕 오월의 푸른 여신 앞에

내가 웬일로 무색하구 외롭구나

 

밀물처럼 가슴속으로 밀려드는 것을

어찌하는 수 없어

눈은 먼 데 하늘을 본다

긴 담을 끼고 외진 길을 걸으면

생각은 무지개로 핀다

 

풀 냄새가 물큰

향수보다 좋게 내 코를 스치고

청머루순이 뻗어나오던 길섶

어디메선가 한나절 꾕이 울고

나는

활나물 홋잎나물 젓갈나물 참나물 고사리를 찾던-

잃어버린 날이 그립구나 나의 사람아

아름다운 노래라도 부르자

아니 서러운 노래를 부르자

 

보리밭 푸른 물결을 헤치며

종다리모양 내 맘은

하늘 높이 솟는다

 

오월의 창공이여

나의 태양이여

 

(노 천명  1913-1957)